질문을 바꾸니 작가가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었다. 몇 달 동안 주말과 쉬는 시간을 반납하여 원고를 작성했다. 그리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70개의 출판사들에 메일을 보냈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메일이 왔다. 내가 보낸 출판사 중 하나에서 온 것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00출판사입니다. 저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다방면으로 검토하였습니다. 좋은 원고이긴 하지만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출간이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기회가 닿지 않았으나 추후 또 다른 아이디어나 기획서, 원고를 보내주시면 상세히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처음 받은 메일은 ‘거절’의 의미였다. 하지만 굉장히 기뻤다. 그래도 출판사에서 좋은 원고라고 칭찬을 해줬으니 출간 방향이 맞는 출판사를 만나면 출판을 할 수 있겠다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후로 약 20개의 출판사에서 회신이 왔지만, 하나 같이 거절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다들
‘좋은 원고지만 저희 출판사의 출간 방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라는 말을 마치 약속한 듯 사용하고 있었다.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넣어보진 않았지만, 이력서를 넣어서 거절당하는 취준생들의 심정이 백분 이해가 갔다. 그 후로 한 달 정도 더 기다려봤지만 긍정의 메시지를 보내는 출판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고, 나도 처음 책을 쓰던 열정이 많이 식기 시작했다. ‘그래, 내 주제에 무슨 책이야.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이거나 글을 정말 맛깔나게 쓰는 사람만 가능한 거야.’ 그렇게 생각하던 중, 강남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책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보게 됐다. 그 책은 ‘누구나 책을 출판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출판사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제안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나와 있었다.
책 말미에는 작가의 연락처와 네이버 카페가 있었고,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카페에 가입하고 메인에 보이는
책쓰기 특강에 신청했다. 책쓰기 특강은 꽤 유익했다. 특강이 끝나고 그 작가님이 ‘책쓰기 컨설팅’을 서비스로 해주는 시간이 있었고, 나는 내 사정을 털어놓았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전 권민창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고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책을 썼는데 어느 출판사에서도 제 원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열정이 식을 즈음, 작가님의 책을 보게 되었고 이렇게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특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저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그 작가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지요?’ 나는 말했다. ‘그냥 제가 살아온 이야기요.’ 다시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나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안 내줄 거 같습니다.’ 그 분은 현실을 조목조목 짚어서 얘기했다. ‘영화에도 손익분기점이 있듯, 출판사에서도 손익분기점이 있습니다. 최소 이천권은 팔려야 출판사 입장에서도 그 책을 낼 이유가 생기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컨셉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단순한 에세이는 성공한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면 출판사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지 않겠죠. 뻔하잖아요. 평범한 사람의 에세이가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을까요?’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작가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 기준에서만 생각을 했네요.’ 그러자 작가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얘기하셨다. ‘민창씨는 원래 책을 내고 싶었었나요?’
나는 대답했다. ‘아니요.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쓸 생각은커녕 읽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자 작가님은 내게 다시 물었다. ‘그렇군요. 그럼 작가의 꿈을 갖게 된 계기가 뭐죠?’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독서입니다. 우연히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고, 지루하고 심심해서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읽게 됩니다. 그 책을 보고 감명을 받아, 1년 동안 약 400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도 많이 변했습니다.’ 작가님은 웃으며 말씀하셨다. ‘대단하시네요. 그러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요. 쓰고 계신 에세이에도 그런 부분이 들어가 있나요?’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음.. 어느 정도는 들어가 있긴 한데 뭔가 제가 독서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좀 부끄러워서요. 세상엔 참 똑똑한 분들도 많고 박학다식한 분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냥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자 작가님은 밝은 표정으로 얘기하셨다.
‘바로 그게 민창씨가 가진 장점입니다. 다독가들이 쓴 책은 물론 전문적이긴 하겠지만,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지루할 수가 있어요. 반면 민창씨의 독서얘기는 깊이는 부족할지 몰라도, 처음 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재밌게 읽힐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타겟 독자층이라는 거구요. 컨셉을 에세이보다는 독서를 통해 달라진 행동, 그리고 그 행동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책을 출판해보면 어떨까요?'
나는 정말 놀랐다. 작가님을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독서라는 컨텐츠로 책을 낸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님과의 대화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썼던 에세이의 방향을 틀어서, ’1년, 독서, 변화‘라는 키워드를 잡고 독서를 통해 1년 동안 내가 변화한 과정과 거기에 대한 진솔한 얘기들을 적기 시작했다. 나만의 독서법, 그리고 추천 도서, 독서를 하기 전의 내 모습, 독서를 한 후 했던 다양한 활동들.. 2달 정도 또 주말과 퇴근 후를 반납하고 책을 썼고, 제안서를 작성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출판사들에 다시 투고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전에는 단 한 곳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투고하고 일주일이 지나자 10군데 정도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원고가 진정성이 있다.''짜임새가 좋다.''본인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생동감이 있다.' '한 번 만나서 얘기해보자.' 등등.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여러 곳과 미팅 후, 가장 적극적이었던 출판사와 컨택을 하고 그렇게 꿈에 그리던 작가가 될 수 있었다. '내가 감히 독서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독서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내 머릿속에는 항상 이런 질문이 맴돌았다. 정작 내 자신이 독서로 변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서라는 컨텐츠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의 결과는 ’평범한 에세이‘였고, 나는 어느 출판사에서도 연락을 받지 못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작가님을 통해 내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질문을 했다.
‘지금 내 상황에서 독서라는 컨텐츠로 어떻게 책을 쓸 수 있을까?’
그 질문의 결과는 ‘초보 독서법’이었고, 많은 출판사들의 연락을 받으며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고민을 듣다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본인에게 ‘제한된 질문’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제 상황에서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나 제한되고 부정적인 질문은 위기를 실패로 바꾸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매번 같은 질문만 해서 위기에 봉착했다면, 지금부터라도 질문을 바꿔보자. 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어떻게 강점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지, 내 강점을 어떤 식으로 더 잘 살릴수 있을지 생산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