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4가지 종류
질문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가벼운 질문, 두 번째는 무거운 질문, 세 번째는 나쁜 질문, 그리고 네 번째는 좋은 질문이다.
첫 번째로 가벼운 질문이란 무엇일까? 고기를 먹을 때 불판에 고기부터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불판을 달군 뒤 본격적으로 고기를 구워야 한다. 가벼운 질문도 마찬가지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어색한 침묵을 깨뜨리거나, 상대방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하는 질문을 말한다.
예를 들어 ‘날씨가 참 좋죠?’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같이 ‘예, 아니요’의 답변을 기대하는 질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여러분에게 호감을 갖고 있거나 대화의 핑퐁을 아는 사람이라면, ‘네, 날씨가 참 좋네요. 아 그런데 내일부터 미세먼지가 많다던데요?’ ‘네, 저는 제육볶음 먹었습니다. 어떤 거 드셨나요?’ 같이 답변을 하며 여러분에게 가벼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경우에는 대화가 원활히 진행된다. 반대로 ‘예, 아니요’같은 단답이 나와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답을 했다는 것은 여러분의 질문을 받아들였다는 뜻이기 때문에 질문을 하지 않고 서로가 어색하게 앉아있거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두 번째는 무거운 질문이다. 무거운 질문이란 ‘대화의 핵심’이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가벼운 질문으로 친밀도를 쌓자 당신에게 어렵사리 가정폭력을 당한 경험을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아, 그렇군요. 힘드셨겠습니다.’라고 대답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 그렇군요. 많이 힘드셨겠습니다. 괴로우시겠지만 그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을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라며 그 사람을 다시 상황 속에 포함시키는 것. 그것이 무거운 질문이다. 이 질문을 사용할 때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1가지 있다. 충분히 서로의 감정이 공유되었는지의 여부다. 집을 지을 때 기초 공사를 하고 지붕을 올려야하듯, 서로의 감정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동질감이나 친밀감이 없는 채로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면, 기초 공사 없이 지붕을 올리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무거운 질문은 꽤나 조심스레 사용해야 한다.
세 번째는 나쁜 질문이다. 이 질문 같은 경우에는 가벼운 질문과 무거운 질문의 장점은 쏙 뺀 채, 단점만 갖고 있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얼굴이 좀 부자연스러운 사람에게 ‘어디 어디 손 대셨어요?’ 라든가, 한 번 이혼을 한 사람에게 ‘뭐 때문에 이혼하셨어요?’라고 말하는 질문들이 나쁜 질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배제한 채, 오로지 자신이 궁금한 부분을 묻는 질문이다. 불판도 잘 달궈졌고, 삼겹살도 잘 익고 있다. 그런데 불조절을 잘 하지 못해 고기가 타버렸다. 이미 타버린 고기는 굽기 전으로 돌릴 수 없다. 버려야 한다. 나쁜 질문도 마찬가지다. 친밀감을 형성했지만, 나쁜 질문 하나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나빠질 수 있다.
네 번째는 좋은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가벼운 질문과 무거운 질문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잘 익은 고기’인 것이다. 2017년 초, 고양에 있는 대화도서관에서 강연을 마치고 어떤 분이 찾아오셨다. 강연 중간 중간에도 고개를 끄덕거리고 미소를 짓고 계셔서 끝나고 한 번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먼저 오신 것이었다. 그 분은 나에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강사님 강연 정말 잘 들었습니다. 특히 행동력에 관한 부분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듣다보니 하나 질문이 있어서요. 제가 보기에 강사님은 실행력이 남들보다 탁월하신 것 같습니다. 그 실행력이 생기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셨을 것 같은데, 강사님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 3가지는 무엇인가요?’ 나는 곰곰이 생각한 후, 3가지에 대해 말씀드렸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3가지는 시선, 꿈, 성과입니다. 저는 타인의 시선을 꽤나 많이 의식합니다. 그렇기에 잘 살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 같아요. 꿈은 제가 강연 때도 말씀드렸듯 지금 있는 이 곳에서 꾸고 있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뭔가를 실천해야하고 내실을 쌓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과는, 지금 하는 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더라도 일시적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제가 성장하는 게 보이기에 포함시켰습니다. 좋은 질문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그때까지의 나는 실행력이 좋고,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했지, 내가 실행력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돌아보니 나는 행복하기 위해 살기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분을 통해 처음으로 나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내 단점은 너무나도 많은 일을 벌려놓는다는 것이었다. 실행력이 좋으니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들이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하며 억지로라도 붙잡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그것들이 정말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에 가서 그 때 당시 내가 벌려놓은 일들을 적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밑줄을 긋이 시작했다. ‘꼭 해야 할 일, 나중에 해도 될 일, 이건 안 해도 무방한 일.’그러다 보니 10개가 넘었던 해야 할 일이 2개로 줄었다. 일이 2가지로 줄어드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 오히려 그 2개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확실히 알고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정리가 끝난 후 그 분에게 문자를 드렸다. ‘아까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라고 보내니 답장이 왔다.
강사님은 충분히 젊고 똑똑하십니다. 너무 조바심 안내셔도 될 거 같아요.
저는 강사님의 고양시 1호 팬입니다 ^^
그 분은 나의 강연을 들으며 내가 뭔가에 쫓기고 있다는 것을 느끼셨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 깨닫게 해주기 위해 그런 질문을 하신 것이다. 좋은 질문이란 이런 것이다. 상대방의 문제점이나 대화의 핵심을 말하되, 질문을 돌직구로 던지거나 훈계투를 사용하지 않고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것. 좋은 질문은 결코 단기간에 나올 수 없다. 상대방을 분석해야 하고, 상대방의 문제점이나 대화의 핵심을 꿰뚫어야하며 그걸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주거나 화두를 던져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좋은 질문을 하는 습관이 생긴다면, 누구를 만나거나 어떤 상황에 처해있어도 그 상황을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