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
스피치학원을 운영하는 친한 형에게 들은 얘기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대기업에 서류통과를 하고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통 면접의 마지막에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한다.
그 학생은 마지막 질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어서 영어 스피치로 자신이 이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이유와 왜 입사하고 싶은지를 한 달 동안 준비했다. 그리고 면접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 학생의 면접시간대는 금요일 제일 마지막 타임이었고, 예상대로 그 학생이 면접장으로 들어갔을 때 면접관들은 굉장히 지쳐 있었다. 면접관들은 형식적인 질문을 했고, 열심히 답을 해도 서류를 끄적거리거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역시 형식적인 질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학생은 굉장히 고민했다. 이 질문을 위해 한 달 정도 준비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걸 하는 게 옳은 걸까? 고민하던 그는 면접관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제가 이 질문을 위해 약 한 달 정도 10분의 영어 스피치를 준비했습니다. 그만큼 간절하게 입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면접관님들은 하루 종일 면접을 보시느라 많이 피곤해보이시고 지쳐보이십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어스피치 대신 면접관님들에게 이 말씀을 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들은 면접관들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이 학생이 누군지 다시 보게 됐고, 며칠 뒤 그 학생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격’이라는 통지표를 받아들게 된다. 영어스피치를 하지도 않았지만 이 학생이 합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상황에서 면접관들의 분위기를 읽었고,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게 더 최선일지 본인에게 계속 물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상대방의 감정을 잘 헤아리고 센스가 있는 사람을 어느 인사담당자가 싫어할까?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지금에 대한 얘기보다는 그 사람이 여기까지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성향이고, 어떻게 삶을 살아왔는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화를 자연스레 하다보면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접점이 생길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줘서 처음 만났던 여자애가 있었다. 나이도 동갑이고 대화를 하다 보니 통하는 것도 많아서 좋은 인연이 될 거라고 확신을 했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사귀자’라고 얘기를 했는데 ‘미안하다’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는 아직까지 날 잘 모르겠다고. 그 때는 그 친구에게 정말 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 말을 꺼낸 직후로 어색해져서 자연히 연락을 하지 않게 됐는데, 지금 돌아보면 내가 참 바보같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서 연인이 된다는 게 쉽지 않듯, ‘사귄다’라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양은냄비처럼 금방 달아오르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감정이 올라온다.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도 파악해야 한다. 그 후로 상대방을 만날 땐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항상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사람에 대한 파악이 끝나면 그에 맞춰 가벼운 질문으로 대화를 풀어간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자. ‘내가 오늘 만나는 사람은 어떤 성향일까?’ ‘그리고 지금 이 사람은 어떤 기분일까?’ ‘내 얘기만 너무 한 거 같은데, 이제는 내가 질문을 하고 들어야 하지 않을까?’ 질문을 하고 생각을 하다 보면 공간이 생긴다.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으며 상대방의 분위기를 살펴야 서로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만남이건 첫 만남이 중요하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준다면 모든 관계가 다 잘 풀릴 것이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질문이다. 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좋은 질문이라함은 상대방의 관심사로 시작하는 것이다. 금요일 마지막 타임 면접관들의 관심사는 이 사람이 정말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인가? 라는 것보다 얼른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싶다. 지친다. 즉, ‘휴식’이었을 것이다. 그 휴식을 잘 파고들었기에 학생은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상대방이 강아지를 키운다면, 어떤 종이고 몇 살인지 질문을 하며 대화를 시작하면 좋다. 그것이 이 사람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또 요리를 좋아한다면 어떤 요리를 즐겨하는지 질문하며 대화를 시작하면 좋다. 중요한 건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이고,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한다. 좋은 질문은 좋은 관계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