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단어는?

질문으로 자아성찰하기

by 권민창

‘sbs스폐셜 인생단어를 찾아서’ 이라는 편에서 나오는 준우는 마술사를 꿈꾸는 25살 서강대 공대생이다. 마술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되었고, 길거리 공연을 한 지는 3년이 됐다. 준우는 마술이 너무 좋다.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때 나오는 환호와 함성이 그를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마술사라는 직업은 수입이 불규칙적이고, 그가 지금 대학에서 전공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정반대의 길이다.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좋은 학교에 취직 잘되는 과를 가서 무슨 마술이냐고 얘기하지만, 준우에게 마술은 인생 그 자체다. ‘재미’를 택할 것인가, ‘안정’을 택할 것인가. 그는 고민을 하다 오대산 월정사에 들어가게 된다. 핸드폰과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국어사전 하나만 있는 방에서 하루 종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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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단어는 무엇인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며칠 동안 국어사전을 뒤적이며 단어를 곱씹고 또 곱씹는다. 그 때 그의 눈에 들어 온 단어는 ‘관심’이었다.

관심의 뜻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이라는 뜻인데, 관심이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그는 자신이 왜 마술을 선택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단순히 재미있어서 마술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사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마술을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1차원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즉각적으로 받으면서 피드백이 되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고 호감을 보이는 게 너무나도 좋았다고 한다. 그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던 이유도 선생님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공부를 잘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다른 하나로 그가 선택한 단어는 ‘자존심’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관해 무시당하거나 인정을 못 받으면 굉장히 허탈하고 기분이 나빠진다고 털어놓은 준우는, 자신을 지칭하는 단어 2개(관심, 자존심)가 모두 타인에게 관련되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이제야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볼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세종대학교 만화에니메이션학과 교수인 만화가 이현세. 그는 한 평생 만화만 보고 살아 온 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자신의 운명과 싸울 때마다 결정을 해야 하는데, 그 결정을 과연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 것인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야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질문’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우리가 쓰는 익숙한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자존감’ ‘실행’ ‘발전’ ‘자유’ 같은 단어들을 많이 썼는데, 이 단어들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그냥 멋있으니까, 있어보이니까 사용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 부끄럽고 창피한 기억이다.


어느 날, 친구를 만나서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해야 해. 그래야 자존감이 높아져.’ 얕은 지식으로 떠벌리는 내 말을 가만히 듣던 친구는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서, 자존감이 너의 인생에서는 어떤 의미야?


그 질문을 받은 나는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지금까지 내가 알맹이가 없이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후로 내가 자주 쓰던 단어들과, 그 단어들이 나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이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정말 ‘나’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던졌던 나만의 단어들은 모두 멋지고 유식하게 보이기 위해 사용했던 단어였다. 항상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타인에 의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줬던 단어들, 즉, 거짓된 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주 쓰던 단어들을 곱씹고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 한 번 재정립하면서 조금씩 나도 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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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물리학자를 꿈꾸며 카이스트에 입학했지만 1년을 공부하고 돌연 출가해 지금까지 수행을 하는 도연스님은, 그를 이끈 단어는 ‘자유’라고 한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끊임 없이 고민했고 그것이 정리가 됐을 때 그 단어가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스님이 말하는 자유는 스스로 자에 말미암을 유 자신 자에 이유 유 즉 자기만의 이유라는 것이다.


카이스트라는 학교를 그만둘 때 가족, 친지, 친구들 모두가 말렸지만 자신에게는 출가를 해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는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도연스님이 말하는 ‘자유’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묻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단단한 신념이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몇 년 전 내가 떠벌리듯 말하고 다녔던 ‘자유’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기준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사람들은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나’답게 살면 행복하다. 하지만, 나답게 살기 위해선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월정사에서 며칠 동안 단어들을 찾으며 결국 자신에게 맞는 단어를 발견한 준우. 그가 선택한 단어는 ‘중도’였다. 마술과 취업, 두 개 중 꼭 하나만을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안정적으로 일을 하며 좋아하는 마술까지 할 수 있다면, 그 두 개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자신에게는 최선이라는 답을 찾았던 것이다. 스스로의 고뇌를 통해 답을 찾은 준우의 표정은 전보다 훨씬 더 편안해보였다. 지금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혹시 이 단어들의 뜻을 잘 알지 못한 채 남들이 많이 쓰니까 사용했다면, 지금에라도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이 단어가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스스로 의미를 찾았을 때, 그 단어는 여러분은 온전히 여러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구하자.


좋은 질문은 우리 안에 흔들리지 않는 솟대를 세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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