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신장도, 심장도 아닌 슛으로 하는 거다.

당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습니까?

by 권민창


나는 농구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 농구에는 5개의 포지션이 있는데, 나는 특히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 포지션의 선수들은 경기를 조율하고 팀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코트 위의 사령관이다. 그래서 나는 국내 농구에서는 김승현 선수를 좋아했고 NBA에서는 스테판 커리를 좋아한다. 근육질에 장신들이 드글거리는 농구코트에서 이 둘은 키도, 몸도, 운동능력도 좋지 않다. 하지만 김승현은 2007년 데뷔하자마자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MVP를 석권한다. 스테판 커리도 마찬가지다. 작은 키와 왜소한 몸집으로 대학 시절 ‘프로에서 통할 수 없다.’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들었지만 세계 최고의 리그 NBA에서 2시즌 연속 MVP의 영예를 안는다. 이 두 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키가 작고 신체가 왜소하다는 특징도 있겠지만, 바로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장점을 백분 활용했다는 것이다.


김승현은 178CM의 단신이지만, 누구보다 코트비젼이 좋다. 저기서 패스가 되겠어? 라고 생각할 때 빈 곳을 찾아서 패스를 찔러 넣어준다. 덕분에 그와 함께 하는 팀원들은 평균득점이 상승하고, 상대편은 그의 놀라운 패스능력에 허를 내두른다. 상대팀조차 ‘그는 최고의 포인트가드’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그는 역대 포인트가드 NO.1을 꼽을 때 항상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스테판 커리는 괴물들이 득실득실한 NBA라는 리그에서 ‘슛’하나로 살아남은 케이스다. 그의 놀라운 슈팅력은 NBA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3점슛은 라인 근처에서 쏘는 게 제일 효율적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뒤엎고, 라인 2~3미터 뒤에서 슛을 던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비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대로 슛을 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가 넘는 경이적인 3점슛 성공률을 보여주며 돌파와 골밑 싸움이 우선이던 NBA의 트렌드 자체를 바꿔버렸다. 농구는 운동능력과 신체가 절대적인 스포츠다. 김승현과 스테판 커리도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들에 힘들어했을 것이다. ‘그렇게 키가 작은데 니가 무슨 농구를 해? 넌 운동신경도 좋지 않잖아. 너보다 키 크고 빠르고 탄력 좋은 애들이 널린 게 프로야. 니가 되겠어?’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목표한 것을 향해 끊임없이 전진했고,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점이 뭘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농구에서 활용할 수 있을까?’

를 고민했다. 그 결과 그들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전 현대건설 회장인 고 정주영 회장도 이 질문을 통해 많은 역사를 일구어낼 수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잘 알려진 일화가 있다. 1970년 초 정 회장은 청와대 뒤뜰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조선소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포항제철의 준공을 눈 앞에 두고 있었기에 포항제철에서 생산되는 철강재를 대량으로 소비해줄 또 다른 산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배에 대해선 일자무식이었지만, 정 회장은 대통령에 명에 따라 조선소 사업을 진행해보겠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짚고 갈 문제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조선소를 지을 자금이었다. 당시 국가 예산 규모가 크지 않아 정부의 도움은 불가능했고, 외국에서 빚(차관)을 들여와야 했는데, 다른 나라로부터 차관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열악해서 믿고 돈을 빌려줄 나라가 없었던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영국 은행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한다. 1971년 영국으로 날아간 그는 영국 선박 컨설턴트 기업인 A&P 애플도어에 사업계획서와 추천서 작성을 의뢰했지만 ‘추천은 해줄 수 없다.’라는 연락을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포기했겠지만 정주영 회장은 달랐다. 그는 조선소를 지을 울산 미포만의 황량한 모래밭을 찍은 흑백 사진과 500원짜리 지폐를 하나 들고 간다.(그 당시의 500원은 지폐로 발행되었다.) A&P 애플도어의 찰스 롱바톰 회장을 만나서 다시 한 번 얘기를 했으나, ‘현대건설의 상환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한국 정부의 상환 능력이 믿음직스럽지 않아 힘들 것 같다.’라는 거절의 메시지를 듣는다.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려는 순간 정주영 회장은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던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인다. ‘우리나라 지폐에 그려진 이 것은 거북선이라는 배입니다. 철로 만든 함선이지요. 당신네 영국의 조선역사는 1800년대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이 철갑선을 만들어냈고 이 거북선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본을 물리쳤습니다.’ 롱바톰 회장은 의자를 당겨 앉아, 지폐를 들고 꼼꼼히 살펴보며 정주영 회장에게 물었다. ‘정말 당신네 선조들이 실제로 이 배를 만들어 전쟁에서 사용했다는 말입니까?’


그러자 정주영 회장은 이어서 말한다. ‘바로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이 만든 배입니다. 한국은 그만큼 대단한 역사와 좋은 머리를 가진 나라입니다. 산업화가 늦어졌고 그로 인해 많은 아이디어가 묻혀 있지만 잠재력만은 충분한 나라입니다. 우리 현대건설도 자금만 확보된다면 훌륭한 조선소와 최고의 배를 반드시 만들어낼 것입니다. 회장님, 추천서를 써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롱바톰 회장은 잠시 생각한 후 정주영 회장에게 말한다. ‘거북선도 대단하지만 당신은 더욱 대단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정말 좋은 배를 만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추천서 써드리지요.’ 최고의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만든 프레젠테이션과 사업계획서에도 ‘NO’를 외쳤던 롱바톰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안 된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지금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고, 고정관념을 깨는 생각을 함으로써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할 수 있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좋은 환경에서도 그 환경을 활용하기는커녕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성공한 사람들은 모든 걸 갖추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만 전념했기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알프스 산맥을 넘은 나폴레옹, 12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해군을 격침시킨 이순신 장군 등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 환경을 활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고,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셸 푸르스트는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선을 갖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여러분은 어떤가? 새로운 시선을 갖기는커녕, 불평불만하며 새로운 땅만 찾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내게 주어진 환경에 불평불만하기보다, 이 환경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보자. 그럼 분명히 여러분의 삶은 더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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