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를 풀기에 우루사보다 좋은 게 있다.

깊으면서도 좋은 질문.

by 권민창

살아오면서 성취한 일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은 무엇입니까?

성취(成就)는 목적한 바를 이루다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성취라는 단어는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무언가를 성취했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자연스레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다. 지금까지의 나는 감사하게도 나의 역량에 비해 과분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좋은 질문을 한 덕분에 그 분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고 느낀다. 2년 전에 Z은행대학의 원장님을 알게 됐고, 뵙고 싶어서 연락을 드리고 직접 찾아갔다. 그 분은 신입사원연수를 총괄하실 뿐만 아니라, 사내강사양성의 총 책임자였다. 나는 그 때 처음 강연을 시작하는 초짜에 불과했고, 그 분은 30년 동안 강연을 하신 전문가 중의 전문가였다. 그랬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처음 그 분을 만났을 때는 약간 피곤한 표정이셨다. 가벼운 질문들을 던지고 분위기를 약간 풀어갔다. 그 후 어느 정도 교감이 생겼다고 생각이 들었을 때, 강사님께 질문을 드렸다.


‘강사님, 강사님은 강연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저는 강사님을 보면 정말 대단하고 훌륭하다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하지만,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강사님이 살아오시면서 이룬 많은 성취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서일까, 피곤한 표정으로 대화를 하시던 강사님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시던 강사님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질문이었네. 20대의 나부터 현재의 나까지 돌아보게 됐으니. 처음에는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그게 아니었어. 20년 전에 행복에 관한 책을 냈었지. 그 책은 만 부가 넘게 팔렸고, 젊은 나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다보니 인터뷰도 많이 들어왔어. 그러다 공중파에서도 연락이 왔었어. 무려 1시간짜리 생방송이었고, 그 때 당시에 굉장히 유명한 프로그램이었지. 난 내 삶을 변화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때가 아마 올림픽을 하던 시기였을까, 예상치 못한 종목에서 어떤 선수가 굉장히 잘했었고 정규편성 되어있던 생방송은 그 선수의 올림픽 경기를 방송하느라 결방하게 됐어. 난 참 상심이 컸지. 내가 훨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내가 지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까? 나이가 30대 초반이었으니 실력적으로 그리고 내면적으로 덜 여물었던 시기야. 그 질문을 하고 나서는 오히려 이것이 좌절이나 시련이 아니라 나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관점을 바꾸기 시작했지. 그러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어. 이제는 결방되는 일이 없으니 다시 촬영하자고. 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지. 아직 많이 부족한 거 같아서 좀 더 내실을 쌓겠다고. 방송국측에서도 그리고 나도 많이 아쉬워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결정이 나를 살렸다고 생각하네. 당시에 방송에 나가고 잘 나가던 사람들 중에 반짝하고 사라진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대중들의 눈은 날카로워. 반짝인기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아. 하지만 그에 걸맞는 능력이 없다면 한 순간에 침몰해버리지. 나는 그 때의 결정이 나 스스로 참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네. 질문이 너무 좋구만. 허허’


강사님의 얘기를 들으며 나도 느낀 게 굉장히 많았다. 그 당시에 나도 유명해지고 성공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다.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을 다 포기해도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괜찮을 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하다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강사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강사님, 사실 전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강연도 잘 하고 싶고 책도 꾸준히 쓰고 싶고 돈도 많이 벌고 싶습니다. 하지만, 강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이 조금은 바뀐 거 같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내실을 쌓고 꾸준히 준비하며 강사님처럼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러자 강사님은 환하게 웃으시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혹시 30분짜리 강연이라도 내 앞에서 할 수 있겠나? 내가 피드백을 주고 싶네.’ 그 때 떨리는 마음으로 강사님 앞에서 30분의 강연을 했고, 강사님은 집중해서 들어주셨고 세세하게 피드백을 해주셨다. 몸이 좌우로 많이 흔들린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있다, 중간 중간 여유가 없다, 말이 빨라진다.. 그런 피드백들을 듣고 노트에 적는 내가 대견했는지 강사님은 앞으로 강연 피드백을 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와도 된다고 하셨다. 그 후로 뵌 적은 없지만 그 강사님 덕분에 이제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여유가 생겼고, 나쁜 버릇들도 많이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강연을 잘하고 싶은 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같은 뻔한 질문들을 했다면, 과연 강사님이 나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셨을까? ‘살아오며 성취한 일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성공한 분들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게 작용하지만, 나 자신에게도 굉장히 무겁게 다가오는 질문이다. 내 삶 전체를 돌아보며, 내가 했던 훌륭한 성취들을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성취 가운데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숨은 강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들과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성취감은 ‘목적한 바를 이룰 때 느끼는 감정’이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자 테리사 어마빌레는 15년간 직장 문화를 연구한 후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직원들의 행복을 파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성취감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높은 연봉, 뛰어난 복지, 워라밸이 보장되는 근무여건이 있더라도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취’라는 것은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신의 삶을 한 번 더 돌아보고 그 가운데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자신에게 물어보자. ‘살아오며 성취한 일 중에 가장 훌륭한 일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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