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을 위한 필수 요소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언어생활이다. 이 언어 생활 중에서 가장 먼저 시작 되고 또 가장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부분이 듣기 활동이다. 듣기 활동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이해하며 판단하는 최초의 언어 기능이다. 이러한 듣기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활동을 경청이라 한다. 경청은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배경 지식을 활용하여 화제에 대해 분석하고 종합하며 비판하는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사고력 및 정보 수용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청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는데, 첫 번째는 타인의 음성언어를 경청함으로써 그의 생각, 감정 또는 정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실이나 사건을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타인의 표정과 손발의 움직임, 몸의 자세를 통해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경청을 함으로써, 타인을 이해할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공감할 수 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상대방이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줄 때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준다는 느낌을 받고,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생겨난 적이 있지 않은가? 이렇듯 경청이란 사람을 대할 때 있어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경청을 함으로써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가장 친한 베프가 고등학교 때 알게 된 친구다. 대전 출신이었고, 그 친구를 알게 된지는 10년이 조금 넘었다. 친구로서 정말 많은 걸 나에게 알려줬고 항상 모범이 되어준 친구다. 그 친구는 후배들도 선배들도 여자들도 모두 좋아하는 인기남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고, 어디에서 만난 사람이든 항상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어떤 대화를 하더라도 상대방에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지 않았고, 때론 싸움이 될 법한 상황에서도 양보를 했다. 친한 친구다보니 몇 번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었고, 그 친구의 아버님을 뵀는데 그 때 당시 고등학생인 나에게 연세가 50이 넘으신 분이 존댓말을 쓰며 말을 걸어주셔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의 아버님은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고 친구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여쭤보셨다. 물론 아들의 친구인 나에게도 똑같이 여쭤봐주셨다. 그런 아버님의 모습에서 이 친구를 볼 수 있었고, 그러한 아버지의 영향 탓에 친구도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는 태도가 몸에 배인 것일 거라고 추측했다. 그 친구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거의 먼저 얘기하지 않았다. 항상 그 사람의 얘기를 먼저 듣고, 그 사람이 원하는 질문을 하며 그 사람 위주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자신이 돋보이기보다는 항상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줬던 것이다.
지금 그 친구는 자신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남들이 그렇게 어렵다던 취업구멍을 단 한 번만에 통과했는데, 분명 그 친구의 경청에 기반한 공감과 포용 능력이 빛을 발했으리라 확신한다. 일 년 전, 우연히 어떤 강연회를 갔다가 정말 특이한 경험을 했다. 보통 2시간의 강연이면 시간이 되기 전에 끝내거나, 2시간이 넘으면 칼 같이 끊는데 그 때 내가 들었던 강사님은 강의가 끝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질문을 받는 것이었다. 강연이 너무 좋았기에 학생들이 궁금한 것들이 많았겠지만, 자신이 채워야 하는 시간을 다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남아 끝까지 학생들의 질문을 듣고 대답해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학생들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그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자존감이 낮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라면 곰곰이 생각하다, ‘질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이 생각하시는 자존감이란 어떤건가요?’ 라고 되묻고, 거기에 대해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면, 그에 따라 대화를 개진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했다.
1시간 반 정도가 되었을까, 더 이상 질문하는 학생들이 없자 그 분은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강연장을 나가려고 했고, 나는 그 분에게 가서 책을 내밀며 사인요청을 했다. 그 분은 웃으며 사인을 해주셨고, 나는 그 분에게 죄송하지만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분은 흔쾌히 승낙해주셨다. 나는 그 분에게 ‘사실, 주어진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셨는데, 많이 힘드시지 않습니까? 들어보니 중복되는 질문도 많던데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분이 대답하셨다. ‘중복되는 질문이라도 그 사람의 상황과 눈빛, 표정에 따라 전혀 다른 질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자세히 듣다보면 그 사람의 상황에 맞는 좋은 질문을 던져줄 수가 있어요. 답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하게 해주는 질문들을 던져주는 거죠. 이걸 경청이라고 해요. 경청을 하면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살아요. 그 사람은 고민하던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기 때문에 살고, 나는 그 사람을 도와줬다는 뿌듯함과, 내 존재가치에 대한 행복함에 살아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질문을 듣다보면, 한 번씩 정말 듣도보도 못한 좋은 질문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은 기록했다가 집에 가서 곰곰이 되뇌이죠. 그러다 보면 순간 머리가 확 트일 때가 있어요. 제가 주어진 시간을 훨씬 오버해서 질문을 받는 건 순전히 제가 좋아서 그런 거에요.’ 그 분의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때 당시 나는 그 동안 상대방의 얘기에 귀 기울이는 척만 했지 들으면서 다음에 내가 얘기할 것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상대방과의 대화 속에 나를 살릴 수 있는 많은 좋은 질문들이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도 강연이 끝나고 시간을 오버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끝까지 질문을 받고 정성스레 답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청의 중요성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 첫 째는 경청을 통해 타인의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이고 두 번째는 타인과의 의사소통에서 완전하고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된다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또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된다.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필요하지만, 좋은 질문을 얻기 위해선 경청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