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 이상 알면, 그때부턴 비밀이 아니다.
'야, 우리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냐?’
몇 달 전 어떤 친구에게 ‘다른 애들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라며 나의 은밀한 비밀(이라 쓰고 다 아는 비밀이라고 읽는다)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나만 믿어. 절대 얘기안할게.’라고 고개를 끄덕였고, 정확히 한 달 뒤, 우리 둘만 공유했던 비밀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 되었다. ‘두명 이상 알면, 그때부턴 비밀이 아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였나,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셨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10명이 알아도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고 입단속만 잘하면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어!’ 라며 선생님의 말에 소심하게 반기를 들었었지만,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옛 어른들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도 마찬가지다. 월식을 보며 부모님 몰래 낚시를 해서 잡은 고기를 구워먹던 코흘리개 속초 촌놈들이, 40년이 지나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해서도 우정을 이어간다.
성형외과 의사, 변호사, 요식업 종사자, 선생님 등, 그들은 사회적으로도 성공했고, 주기적으로 만나며 서로의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나 문제는 석호(조진웅)네 집들이를 하며 시작된다. 서로 숨길 것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준모(이서진)에게, 예진(김지수, 석호 와이프)은 그럼 저녁식사동안 자신의 휴대폰으로 오는 모든 연락을 공유하자고 한다. 모두가 얼떨결에 그 제안을 수락하고, 그렇게 이 코미디(누군가에게는 호러물)는 시작된다.
‘이 휴대폰은 말이야, 마치 인생의 블랙박스 같아. 쓸데 없이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 있어.’
나도 누군가에게 내 핸드폰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끔찍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아, 오해는 하지 말길. 그냥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 셀카가 많을 뿐이다. 그거 외에는 ‘정말’로 당당하다.. 정말로..) 영화가 굉장히 현실적이라 굉장히 몰입되었고, 중간 중간 배우들이 읊조리는 대사들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였다.
‘사람은 누구나 세 가지 삶을 산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비밀의 삶.’
우리의 삶은 각자 다른 것이지 틀린 게 아니듯, 각자의 2,3번째 삶을 존중해주는 것이 화목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몇 달 전에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벽에 쓰여진 글을 보며 한참 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
‘답을 던지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끝나지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영화가 끝난 후 시작한다.’
이 영화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