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에는 후회가 따르기 마련이다.

by 권민창


최근에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 친구는 평소엔 뜸하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는 연락이 자주 와요. '형, 지금 3번 정도 만났는데 나 언제 고백하면 돼요?' '형, 여자들은 어떤 선물 좋아해요?'

연애고자한테 연애에 대해서 묻다니 이 동생도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이 나곤 합니다. 누가 누굴 딱하게 여기는지..

여튼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전 성심성의껏 대답해줍니다. 지금까지 4번 조언을 해줘서 1번 이어졌으니 성공률은 25%정도네요. 야구로 치면 2할 5푼 타자입니다. 중심타선은 꿈도 못꾸는, 1군과 2군을 왔다가는 선수 정도가 되겠네요.

최근엔 타율이 더 떨어졌습니다. 이 친구의5번째 썸이 어제부로 끝났거든요. 혼자 자책합니다. 너무 섣부른 고백이었다고. 냄새가 배는 고기를 저녁 메뉴로 선정할 게 아니라 무난하게 파스타와 피자로 가야 했었다고 말이죠.

제 타율이 떨어진 것보다 이 친구의 5번째 썸이 그렇게 끝나버린 게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친구가 이번의 후회를 자양분 삼아 더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 보셨나요?
전 가타카라는 영화와 이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습니다. 그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간단히 소개할게요.

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 팀은 매리라는 운명적인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락처를 받죠. 하늘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온 팀은, 삼촌인 해리가 절망에 빠져있는 걸 봅니다. 극작가인 삼촌 해리의 공연이, 검사역을 맡은 배우의 실수로 완벽하게 망해버린 것이죠. 팀은 시간을 돌려, 그 배우를 도와줍니다. 덕분에 삼촌의 공연은 굉장한 호평을 받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공연이 끝난 후, 매리에게 연락하려고 핸드폰에 mary를 검색하는데, 연락처가 없어요. 팀은 좌절합니다. 삼촌을 도와주는 선택을 함으로써, 운명적인 매리와의 만남을 포기한 겁니다.

우리는 매번 선택의 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가지 않은 길에 대해 후회하죠.
'아.. 그 때 내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니라, 신라젠을 샀더라면..' '아.. 그 때 카페에서 그 사람한테 말 걸어봤더라면..'

하지만 인생이 완벽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그 때보다 나은 선택을 했더라도, 또 다른 선택이 다가올 것이고 분명 또 후회를 할 겁니다.

팀은 결국 매리를 만나요. 그리고 마지막엔 자신의 능력을 쓰지 않죠. 팀도 느낀 거에요. 완벽한 인생을 살 수는 없다는 걸. 주어진 하루하루에 후회하며 살기보다는 감사하며 살아야한다는 걸요.

책과 영화를 보는 이유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가올 경험들에 대해 간접경험을 함으로써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확률을 높이는 거죠.

하지만 간접경험은 간접경험일 뿐입니다.
연애를 글로만 배운 사람들이라는 말이 있죠. 인생이 글이나 영화처럼 완벽하게 흘러가진 않아요.
우리는 실패한 선택을 해봐야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낯간지러운 편지도 써보고 정말 우스꽝스러운 고백도 해보면서요.
돌아보면 '그 땐 참 바보 같았지.' 하며 얼굴이 화끈거릴 수 있는 그런 경험들요. 그런 경험들이 우리를 좀 더 성숙한 3할타자로 만들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동생과 조만간 술 한잔하려 합니다.
술 마시며 으레 할 수 있는 얘기들을 하려구요. 뭐 똑같은 얘기지만..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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