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하트시그널

김도균의 재발견

by 권민창

행복한 크리스마스입니다. 다들 행복하신가요?
전 행복한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 친한 선배와 참치에 맥주 한 잔을 했고,
참치를 3번 더 리필했습니다. 부른 배를 안고 집 근처 카페에서 초콜릿 라떼를 먹었고,
달달함에 취해 12시 정도에 침대에 누웠습니다.
따뜻한 침대 안에서 뒹굴거리다 그렇게 잠이 들었고, 오늘 점심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찜닭을 먹었습니다. 행복합니다. 왠지 다들 불쌍하게 보실 것 같아서.. 여튼 행복합니다. 출근 안하고 쉬니까 좋네요. 잠시 눈물 좀 닦고 오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따뜻함이란 어떤 건가요? 제게 따뜻함이란 상대방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그 사람의 좋은 면만 바라봐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참 어떤 것이든 명과 암이 있듯, 제가 이렇게 사람을 대할 때 ‘가식적이다, 진정성이 없다.’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저한테, 너무 좋은 점만 얘기해서 잘 못 믿겠다. 긴가민가하다. 칭찬봇이다라고 얘기하신 분들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그 분에게 욕을 하면 저를 패시겠죠. 그래서 그냥 저답게 살기 위해 칭찬봇으로 살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하트시그널2를 정주행하고 있습니다. 하트시그널2가 한창 인기였을 때는 ‘남의 연애를 왜 TV로 보지?’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요즘은 ‘난 이거 왜 지금에야 봤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재밌고 스스로 느끼는 점도 많아서요. 출연자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스크린 밖에서 패널들이 그들의 심리를 추리하고 요목조목 분석해주는 게 참 인상 깊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김현우’라는 남자 출연자가 정말 핫합니다. 같은 남자로서 배울 점이 되게 많은 것 같습니다.(그의 사생활은 제하고요. 이 프로그램에 한정해서..) 국밥을 먹을 때 고춧가루가 이에 낄까봐 걱정하는 오영주에게, 만약 낀 게 보이면 슬며시 귀를 만지겠다고 한다거나 물티슈를 말없이 스윽 건네는 행동들. ‘태’라고 하죠. 같은 남자가 봐도 참 멋집니다. 그런데 따뜻하다라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계절로 치면 초겨울 같은 사람입니다.
반면에 정말 다른 ‘김도균’이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참 신중하고 바른 사람이라는 게 화면에서도 느껴집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배려하고, 좋아하는 여자가 있더라도 그녀가 부담을 가질까봐 아프지만 한발짝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는 모습들. 그러나 기회가 오면 그만의 정공법으로 닫혀진 급식실문을 힘겹게 여는 초등학생처럼 최선을 다합니다. 9화였을까요, 김현우에게 실망한 임현주라는 출연자가 김도균에게 다가옵니다. 김현우라는 출연자가 싫어서라기보다는, 김현우의 마음은 오영주라는 출연자에게 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은 겁니다. 그리고 차선책으로 김도균을 택합니다. 그리고 이병률 시인의 시집 안에 작은 쪽지를 넣어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김도균은 처음부터 계속 임현주를 좋아했지만, 김현우에 대한 마음이 너무 컸기에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기회가 온 겁니다.
김도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합니다. 데이트 전날 임현주가 선물한 시집 중 하나의 시를 쓰고 또 쓰며 다 외워 버립니다. 잠도 거의 자지 못하구요.
왜냐면 그게 김도균의 최선이었거든요. 그리고 카페에서 그 시를 종이에 담담하게 적어내려 갑니다. 그 때 순간적으로 임현주의 마음의 문이 잠깐 열립니다. 김현우가 마늘과 쑥만 먹어, 그래야 좋아하는 사람 만날 수 있어. 라고 하면 ‘내가 왜? 난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할 거야.’라며 나가는 호랑이라면, 김도균은 묵묵하게 마늘과 쑥을 먹으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기다리는 곰같은 사람인 거 같습니다.
뭐.. 결말은 다들 아시겠지만 김도균은 임현주와 이어지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김도균이 보여줬던 진정성과 묵묵함은 참 따뜻하게 다가왔던 거 같습니다.
연애에 대해 몇 가지 공식같은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첫 만남에서는 냄새가 배이지 않는 식당에 가라. 3번째 만났을 때 고백하는 게 타이밍이다.
뭐 이런 것들이요. 그리고 만나면서도 어떤 상황이 최선일지 고민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도 그랬던 거 같구요.
사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인거 같습니다.
그 사람과 비록 이어지지 못했더라도, 김도균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최선의 사랑을 했고, 그랬기에 그 사람에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제 5화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회에 감정이입돼서 찌질하게 우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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