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사랑을 해보신 적 있나요?

첫키스만 50번째

by 권민창

진정한 사랑을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이건 제가 모 방송국 프로그램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인데.. ‘진정한 사랑의 기준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해 누군가는 헤어졌을 때의 충격을 얘기하겠고,
(2주 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이었어.)
누군가는 함께 있을 때의 느낌으로 얘기하겠고,
(아무 것도 안하고 손만 잡고 있어도 따뜻하고 통하는 느낌이 들어.)
누군가는 그 사람의 재력이 자신을 진정한 사랑으로 이끈다고 합니다.
(인사드리러 갔는데 방이 5개더라. 그때부터 난 이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버렸어.)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할 운명의 연인의 기억력이 하루라면, 사랑을 나눈 다음 날 당신을 낯선 사람 취급한다면, 그래도 평생 사랑할 수 있나요?
전 힘들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격언이 있죠.
'사람은 사계절을 지내봐야 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것은 함께 보낸 시간과 경험만큼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레 스며드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헨리는 다릅니다. 루시라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를 사랑하게 되죠.
영화를 보는 제가 안타까울 정도로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하루에 나눌 수 있는 사랑의 최선을 선물해도, 거짓말처럼 자고 일어나면 루시는 헨리를 잊습니다. 슬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리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언젠간 루시가 자신을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박원이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이 했던 사소한 말을 기억하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들을 하는 것도 노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의 마지막에 헨리와 루시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루시의 단기 기억상실증이 나았냐구요? 아닙니다. 헨리는 루시와 함께 했던 세월들의 하이라이트를 비디오로 남겨, 루시가 아침에 잠에서 깰 때 볼 수 있게 합니다. ‘당신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나를 만나서 이런 저런 추억을 함께 했다. 그리고 우리는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영상의 힘은 위대한 거 같습니다. 이래서 유튜브를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요즈음 우리는 부모님 세대와 달리 정말 다양한 루트로 사랑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 떨림의 감정이 가시기도 전에 이 사람과 내가 안 맞구나, 이 사람은 이런 점이 아쉽구나라고 생각하고 쉬이 포기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나와 더 잘 맞는 사람들을 다양한 루트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 사람을 만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몇십년간 달리 살았기에 서로의 가치관과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의 무게가 가벼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책임과 노력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은 일시적입니다. 화려한 집의 삐까번쩍한 디자인일 수도 있겠죠.
반면에 책임과 노력, 이해는 지속적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단한 기초콘크리트가 될 거 같습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땐 집의 디자인을 중시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함께 있을 때 정말 편하고 행복했던 사람들은 대개 기초콘크리트가 단단한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머리가 많이 커버린 걸까요, 아니면 제 기초콘크리트가 부실한 걸까요. 참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에게 넌지시 이 말을 해보니 넌 디자인이 문제라고 하네요. 기분 좋은 금요일인데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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