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인과 대범인

by 권민창

동진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동진이를 보면 참 잘 만들어진 함선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행기처럼 화려하거나 고속열차처럼 속도감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항상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해요. 누구와 있든, 어떤 환경이든 결국 계획한 곳에 도달하는 친구입니다.

저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심한 성향은 틀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소심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람들과 말도 잘 섞고 대범하게 살지 않냐. 날 봐라 동진아. 이렇게 되고 싶지 않아?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동진이를 응시하는 눈빛, 생각 없이 토해내는 말투에서 분명 동진이는 그걸 느꼈을 겁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부끄럽습니다. 소심한 사람은 소심한 사람 나름대로의 세심함과 통찰력이 있거든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성격이기에 실패할 확률도 적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 간잽이라고 합니다.(농담입니다.)여튼, 소심함과 대범함은 물과 기름같은 존재라기보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서로의 가려운 점을 긁어주는 화합의 존재입니다. 대범한 사람은 푸르른 하늘을 본다면, 소심한 사람들은 푸르게 보이는 하늘의 이면에 칠흑같은 어둠도 있다는 것을 느끼죠.

중요한 건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배려같습다. 배려가 없는 사람들은 성급하고 눈치가 없으며 경솔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겐 불편이 될 수도 있디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고 내가 아는 것을 상대도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기보다 내가 받은 손해에만 집중합니다. 푸른 하늘이었던 주변이 그로 인해 칠흑같은 어둠으로 물들고 있어도 정작 본인은 모릅니다.

반면 배려가 있는 사람들은 현명합니다.
위기엔 지혜로, 쾌락엔 절제로, 관계엔 존중으로 삶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일상의 사소한 기쁨이 가지는 가치를 중시합니다.
이런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나 역시 가치있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배려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느끼게 해줍니다.

최근에 동진이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1년 전에 취득하려고 계획한 자격증을 이미 따고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조용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들을 서로의 감정속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땋았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머릿 속 푸른 하늘에 배려라는 청명한 구름이 떠 있네요.
아마도 동진이가 띄워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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