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에서 배우는 글 쓰기

by 권민창

싸이월드를 굉장히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싸이월드라는 걸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10년전 인스타그램같이 핫했던 SNS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내가 담배를 피는 ㅇ1유..라든가,
학생이라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선생이란 간수를 만나, 자유를 박탈당한다..(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아요.)라는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닭살이 돋는 유치함들을 그 때는 멋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런 글들이 또래들에게 엄청난 공유가 됐었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 때 뭔가 멋진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내가 살찌는 이유라든가, 내가 솔로인 이유.. 뭐 이런 것들말이죠.

그런데 뭐 머릿속에 든 게 있어야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쓰지, 막상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켜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여튼 그래서 3시간 동안 세 줄 적었어요.
'내가 지금 힘든 이유는,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인생을 살기 위해 난 꾸준히 살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뭐 이런.. ㅋㅋ 귀여운 글이었는데 여튼 뭐 글을 3줄 이상 적지 못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지인들부터 일면식도 없는 분들에게까지 글 칭찬을 들으니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쑥쓰럽고 어색하네요. 불과 3년 전까지 전 저런 식으로 글을 썼거든요.
글은 많이 써봐야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3요소를 조심스레 공유해보려 합니다.

바로 A,S,M입니다.

첫번째는 Ask입니다. 물음.
독자들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독자들을 나와 같은 상황에 포함시킵니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존중이란 어떤 건가요?'
이렇게 질문을 하며 글을 시작하면 독자들이 한 번씩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빠져들게 됩니다.

두번째는 Sympathy입니다. 공감.
'건우라는 10년지기 친한 친구가 있는데요, 최근에 신촌역 6번 출구에서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철화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핫팩 같은 친구예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전개하면 됩니다.

3번째는 Message입니다. 말 그대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겠죠.
'이런 상황에서도 건우는 웃음을 잃지 않고 저를 배려해줬습니다. 저도 이런 우아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13년 동안 지켜본 철화는 그런 사람이니까.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내일을 볼 수 있는 사람, 통장잔고가 12만원이었을 때도 지구반대편에 아이를 돕는 사람, 살아가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니까.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나는 오철화라는 사람을 알아서 참 행복하다. 그리고 그 행복이 꽃 필 둘의 가정이 기대된다. 고은누나, 철화야 잘 살아. 사랑한다.'

Message가 뜬금 없어도 때로는 병맛으로 자연스레 전개될 수 있습니다만 자주 쓰면 글이 약간 가벼워보입니다. 이 부분은 유의하시면 좋겠네요.

말 잘 하는 법이나 글 잘 쓰는 법에 대한 질문들을 받는 요즘, 참 어색하면서도 기분은 좋아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더듬던, 글이라고는 3줄 이상 쓰지 못했던 과거의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토끼처럼 빠르게,화려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거북이처럼 꾸준하게 조금씩 성장한 거 같아 행복한 일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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