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뺄 수 있지만, 자국은 영원히 남아요.

사랑과 상처

by 권민창

여러분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시나요?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손을 잡고 비 오는 거리를 뛰었던 사람이 첫사랑이겠고,

누군가에게는 문방구에서 파는 맥주맛사탕을 함께 나눠먹었던 사람이 첫사랑이겠고,

누군가에게는 처음으로 그 사람을 떠올리며 삐뚤빼뚤한 손편지를 썼지만, 아직도 오래된 책상 서랍에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순수한 마음과 함께 봉인되어 있는 사람이 첫 사랑일 수도 있겠죠.

뭐, 요즘은 연식이 돼서 이런 질문조차 받은지가 오래됐지만 처음으로 연애를 했을 때 여자친구와 서로의 첫사랑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나게 싸웠었죠. 넌 어째 나랑 사귀는데 그렇게 쉽게 첫사랑에 대해 얘기할 수 있냐며.. ㅋㅋㅋㅋ
여튼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어색했지만 참 풋풋한 연애였던 것 같습니다.

너의 결혼식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이 영화는 황우연(김영광)이라는 사고뭉치학생이 전학 온 환승희(박보영)라는 학생에게 홀딱 반하며 시작됩니다.

여성분들은 김영광의 태평양같은 어깨와 반달 같은 눈웃음에 아이스크림처럼 녹으셨을거고, 남성분들은.. 이하생략.. 말이 필요 없습니다.
끊임없이 들이대는 우연이에게 승희도 마음을 열려고 하지만, 집안사정으로 승희가 전학을 가며 그들은 계속 엇갈리게 됩니다.

결국 몇년을 돌아돌아 만나게 되는데요, 처음엔 죽고 못 살 거 같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우연이의 마음이 많이 힘들어져요.

체육교사를 목표로 임용을 준비했는데도 잘 안되고,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해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에 조급함이 생겨버린거죠.
사랑에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 균열이 와장창 깨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승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너무 힘들어서 하지 말아야 될 말을 꺼내요. '승희를 구하려다 어깨를 다친 이후, 인생이 잘 안 풀린다.. 만약 그때 승희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승희와의 만남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말을 하는데,
뒤에서 승희가 이 말을 듣고 있었어요.
야속하죠. 타이밍이라는 게 말입니다.

그리고 승희는 그런 우연이에게
이별을 고합니다.
이래저래 다 해보고 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렇게 심하게 말해서 미안하다.라고 하는 우연이에게 승희는 희미하게
미소를 띄며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 얘기를 못 잊는 게 아냐,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못 잊는 거지.'

못을 잘못 박아서 빼낸다고 하더라도,
못이 박혀있던 자국은 그대로 남아있어요.
급하게 못을 뺐더라도,
우연이의 못은 승희에게
큰 자국으로 영원히 남아있었던 거죠.

첫사랑의 의미가 각기 다를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누구나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지치더라도,
서로의 시간과 추억 그리고 사랑은
부정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인 관계에 계신 분들도 순간 감정이 벅차올라 서로에게 큰 못을 박고 계시진 않나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아메리카노가 뜨겁다고 싸우는 건 괜찮아요.
마늘 족발이랑 불 족발로 싸우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서로의 만남마저 부정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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