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창아, 넌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야?

by 권민창

최근에 친구들하고 대화를 하면서 이상형 얘기가 나왔어요.
뭐, 매번 '감사할 줄 알고 사랑 받고 사랑할 줄 아는 분이 좋아.'라고 하니, 그거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더군요. 뭐 스펙이라든지, 키라든지, 연예인 닮은 꼴이라든지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구체적으로 나오긴 하더라고요.

종업원분께 예의 바르게 대하는 사람이 좋아요.
택시나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나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요.
재미없는 제 긴 글도 정성스레 읽어주는 사람이 좋구요, 제가 알뜰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종량제 봉투를 꽉 안 채우고 버리는데, 그거 꽉 안 채워서 버렸다고 절 혼내줄 수 있는 알뜰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주 하늘을 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식당에서 음식이 늦게 나오면 '왜 안 나와?'라고 짜증내지 않고, '늦게 나오니까 진짜 맛있겠다'라며 웃는 긍정적인 사람이면 좋을거 같아요.
또, 가끔씩 손편지 써주는 사람.
한강에서 산책하다가 뜬금없이 달리기하자고 하는 사람.
서점 가서 책 냄새 맡는 거 좋아하는 사람.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
슬픈 영화 보면 주변 신경 안 쓰고 펑펑 울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
조용한 겨울바다를 좋아하는 사람.
나처럼 젓가락질 어색하게 하는 사람.
자주 웃고, 팔짱보다 손 잡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가끔 이상한 셀카 보내면서 '잘 나왔어?'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 그래서 날 배시시 웃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행복할 거 같아요.
사소한 거 같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행동들이에요.
그 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은연중에 뚝뚝 묻어나거든요.
그래서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렵고 까다로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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