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장난으로 느껴야 장난이야.

by 권민창

'형 요즘 생긴 거랑 안 어울리게 감성 쩔던데요?'
최근에 친한 동생에게 글 잘 보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시간 되면 커피한잔하자고 하더라고요.
바쁜 척 오지게 하면서 저희 집 근처 12안젤로라는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어요. 그래도 순순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놈이 아닌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 같았어요.


'어, 형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느끼하게 생겼네요.ㅋㅋ'


아무렇지 않은 척 제게 웃으며 인사했지만,
동생의 표정이 어딘가 모르게 어두워보였습니다.
누가 봐도 고민이 있는 것 같았어요.
'형, 근데 제가 사실 고민이 있는데요. 형이라면 해결책을 주실 거 같아서요..'
들어보니 동생은 인간관계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더 자세히는 자신의 직장 후배와의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후배한테 제가 되게 잘해주는데 후배는 생각보다 절 말리 하는 거 같아서 실망스럽고 섭섭해요.'
그러면서 최근에 있었던 후배와의 에피소드를 저한테 얘기했습니다.
뭐 이런 거죠.
'밥 먹자고 했는데 피곤하다고 집에서 쉰다더라. 그런데 알고 보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하고 밥 먹고 술 한잔했더라.'
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갔고, 동후(동생의 후배를 편의상 줄이겠습니다.)의 마음도 이해가 갔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동생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니가 후배한테 잘해준다고 했잖아.
근데 잘해주는 게 누구의 기준인거야?'
동생이 갑자기 엄청 당황하며 말을 더듬네요.
그냥 밥도 잘 사주고 잘 챙겨주고 그런다고, 그게 잘해주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영어를 가르치셨던, 지금도 정말 존경하는 정승익이라는 선생님이 있는데요.
이제는 티비에서나 볼 수 있는 아주 유명인이 되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그 때부처 뭔가 달랐어요.
제가 친구와 장난치다가 친구가 약간 괴로워하자 저를 부르셔서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전 그 때 그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선생님, 그냥 장난인데요 뭐.'
그러자 선생님이 갑자기 엄청 화를 내셨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얘기하셨죠.
'야, 장난은 받는 사람이 장난으로 받아들여야 장난인거야. 니가 지금 하는 행동들을 쟤가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잘해준다라는 개념도 장난과 마찬가지로 철저히 상대방의 기준에서 고려를 해야되는 문제인거 같아요.
동생의 후배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라면, 선배가 밥 사주고 챙겨주는 것도 귀찮을 거예요.
'아니, 내 개인적인 시간을 좀 존중해주면 좋겠는데, 왜 계속 귀찮게 하는 거야?'
이런 동후에게는 이리저리 마음을 쓰기보다는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해주면 됩니다.
이게 동후가 느끼기에는 배려이고 잘해주는 게 되는거죠.
그리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그러면서 서서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게 되더라고요.

제 얘기를 한참 듣고 있던 동생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한 번도 동후의 감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그저 동후에게 해준 것만 생각하고 혼자 섭섭해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솔직한 감정을 동후에게 털어놓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할거라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나이 좀 더 많은 꼰대의 지적질로 느낄 수도 있고, 불쾌할 수도 있는데 제 말을 경청해주고 좋게 받아들여주는 걸 보니 이 동생도 참 괜찮은 그릇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가 끝나고 동생이 웃으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네요. '형 우리 자주 커피 마셔요!'
난 여자를 좋아하는데... 자주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얘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상처받을까봐요.

아무쪼록 동생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람들을 대했으면 좋겠습니다.
동후와도 지혜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