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접시는 다시 붙지 않는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 연애가 유리접시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접시는 깨끗하게 쓰고, 주기적으로 잘 닦아주면 항상 반짝반짝하고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누군가가 접시를 떨어뜨리거나 접시가 식탁 모서리에 세게 부딪힌다면요?
깨져버립니다.
깨진 접시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본드를 붙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어린 시절, 터진 바지도 항상 꿰매서 입을 만큼 알뜰했던 어머니도 접시가 깨지면
아쉬운 표정으로 빗자루로 조각들을 쓰레받기에 담으셨죠. 이건 뭐 어찌할 수가 없거든요.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조각난 관계를 주웠던 적이 있었는데 날카로운 상처들에 찔려 마음에 피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후에는, 한 번 헤어지게 되면 그 순간 관계는 조각나서 영영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민창아, 형 장가간다.’
1년 전쯤이었을까요, 친하게 지내던 형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축의금 수거하려고 연락했냐고 짖궂게 농담을 하면서,
콧대 높은 형이랑 결혼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고 장난스레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 형이 그러더라고요. 마지막에 헤어졌던 걔라고.
약간 당황했습니다. 그 형은 3년을 만나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그 여자친구와 헤어졌었거든요.
그런데 그 분과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둘이서 맥주를 마실 때마다, 매번 ‘사랑은 유리접시와 같아. 깨지면 붙일 수 없어.’
를 슬로건처럼 함께 외쳤던 형이었는데 말이죠.
제 마음을 읽었는지 그 형이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이별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걔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더라.
그렇게 2달을 폐인처럼 살다가 다시 연락하게 됐는데 걔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어.
그렇게 다시 만남을 시작하게 됐고, 이 사람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생각보다 빨리 결혼하게 됐어. 민창아, 유리접시처럼 깨지면 끝일 줄 알았는데, 붙이면 티타늄접시가 되는 경우도 있더라.’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조엘이라는 남자와 클레멘타인이라는 여자가 나오는데요,
이들은 강렬한 끌림으로 만났지만 결국 확연한 온도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서 서로의 기억을 지워버립니다.
그런데, 정말 운명적으로 다시 그들은 만나게 되죠.
권태와 익숙함이 사라지고 다시금 설렘과 두근거림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우연히 기억을 지우기 전 그들이 녹음을 했던 파일들을 서로 듣게 됩니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너무 문란해서 정이 떨어졌다고 하고, 클레멘타인은 조엘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싫다고 하죠.
서로가 이미 사랑을 시작했었던 상황이었고, 이미 끝이 난 관계라는 걸 확인한 클레멘타인은 그 방을 뛰쳐나가버립니다. 그런 클레멘타인을 조엘이 잡습니다.
그러자 클레멘타인은 울면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난 겨우 내 앞가림하는 이기적인 애예요.
완벽하지도 않고‘
조엘이 이렇게 얘기하죠.
‘지금 그쪽 모든 게 마음에 들어요’
클레멘타인은 이렇게 얘기해요.
‘지금은 그렇죠 근데 곧 거슬려 할 테고 난 자기를 지루해할 거야.’
그러자 조엘이 웃으며 이렇게 얘기해요.
‘괜찮아요.’
웃음이 터진 클레멘타인도 ‘좋아요.’라고 얘기하고 서로는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습니다.
그 형의 결혼식에는 사실 축의금만 보내고 안 갔습니다.
형이 형수님을 욕할 때 옆에서 막 거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차마 볼 낯이 없었습니다..
최근에 카카오톡 프사를 보니 너무나 귀여운 아기 사진이더라고요.
티타늄유리도 깨질 수 있으니 앞으로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