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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04. 2018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

어떤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그 당시 군대도 안간 혈기 왕성한 휴학생이었고,
여자친구는 3살 연상의 누나였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사연많은 가정에서 자라 도망치듯 서울에 상경한 사람이었다.
취업준비하랴 공부하랴 모아둔돈은 다 까먹었고,
알바를 해도 여자 가족에게 얽힌 사채 빚 이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남자 알바 월급은 항상 여자의 월세에 보탬이 되고 있었고,매일 찬거리를 챙겨서 요리를 해주거나 사다 끼니를 해결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여자는 부담스럽다 했다.
남자는 좋아서 하는거라 했고.
언젠가 누나가 잘되면 그때 다 갚으라고 했다.
어차피 남자는 곧 군대가고, 지금 하루하루 당신에게 충실하고 싶다고 했었고.

아이러니하게 남자의 입대영장은 남자의 생일날 왔고,
일주일이 지난뒤 여자는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그럴듯한 직장에 취직이 되었다.
여자는 남은 한달간 남자에게 천국을 보여준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남자가 여자와 하고 싶은것을 모두 다 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자는 군대를 갔고,
결국 대한민국 어느 커플과 마찬가지로 백일휴가때 헤어짐을 통보받는다.

10년이 지난 지금. 남자도 사회인이 되어있고,
여자는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다.
아. 군대때 만난 남자는 아니다.

가끔. 한 1년에 한번 정도. 남자도 잘아는 그 여자의 친구를 통해서 전화가 온다.
그땐 미안했다. 이런말 하면 되게 웃기지만, 너무나 고마웠다.
내가 해줄게 없어서 정말 행복하길 매일 기도한다.
이성으로써의 감정이 아니라 내가 아는 사람중 제일 멋진 사람에게 밝은 미래가 있길 바란다.

남자는 역시 여자도 행복하길 바란다고 한다.
얼마전에 첫사랑이 결혼해서 좀 슬펐다는 이야기를 웃으며 이야기 할정도로 그들은 무뎌졌다.

그래도 남자는 가끔 생각한다.
그때 그런 사랑을 다시 할수 있을까?
결혼해서 슬펐던 그 사람이 내 첫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지금 이런 농담을 주고 받을수 있을정도로 편해진 그 사람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누가 계산을 하고,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돈으로 환산할수 없는 감정의 쓰임이 어느정도였냐에 따라서 사랑의 무게는 달라진다.
매일 퍼주는게 좋았던 남자도,
매일 받기만한게 미안했던 여자도,
결국 둘은 사랑했었다.
사랑해서 줬고,
사랑해서 미안했고,
사랑해서 서로 이해했고,
사랑해서 싫단 말 못하고,
사랑해서 져주고,
사랑해서 이불 한장에 행거 하나 있던 집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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