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지 않아?
'나 진짜 고민 있어. 오빠라면 해결해줄 수 있을 거 같아.'
C라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에 만나는 D라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사람 때문에 엄청 상처를 받았답니다.
들어보니 C는 D를 오랫동안 좋아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D가 힘들 때 옆에 계속 있어줬다고 하네요.
그런 C에게 D는 마음이 끌렸지만, 연인관계로는 발전하고 싶었지 않다고 말했답니다.
'우리 더 이상 만나면 안 될 것 같아.'
그렇게 몇 달을 만나던 중, D가 C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하고 연락을 두절했다네요.
D는 결혼할 사람을 찾고 있는데, D에게 C는 사랑하지만 결혼할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답니다.
들으면서 이게 뭔 소린가 싶었습니다.
욕구는 풀고 싶으나 책임은 지기 싫고,
자기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진지하고 싶지는 않다는 거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굉장히 답답해서 C에게 물어봤습니다.
'뭐야, 그럼 D가 널 그냥 가볍게 생각한거 아냐?'
C는 그렇다기에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 사람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고,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가볍게 생각한 사람한테도 사랑한다고 얘기를 해? 그건 아니지 않아?'라고 저한테 동의를 구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의 책임감을 모르는 사람이겠지. 그런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은 커피 한 잔하자라는 말의 무게감과 비슷할거야.
사랑하지만 진지하게 만날 사람은 아니라는 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냥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거지.'
500일의 썸머라는 영화 보셨나요?
톰이라는 남자는 썸머라는 여자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고 그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썸머는 톰과 달리, 연애는 가능해도 사랑은 믿지 않는 여자예요. 운명을 믿지 않는거죠.
어쨌든 시간이 지나며 둘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사랑을 속삭이는 사이로 발전하는데요,
썸머는 자신만 생각하고 있던 깊은 이야기를 톰에게 합니다.
그리고 톰에게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니가 처음이야.'라고 하죠.
사랑하는 사람만이 주는 특별함은 벅찬 권력으로 다가옵니다.
썸머의 말을 들은 톰은 썸머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나는 지금까지 니가 만났던 다른 사람과 달라.'
그 이후로도 톰은 썸머에게 최선을 다합니다.
진심을 보여주면 언젠간 썸머가 변하겠지라는 기대를 하면서요.
그러나, 연애 이상의 관계에 망설임과 부담감을 느낀 썸머는 확답을 주지 못합니다.
결국 둘의 관계는 틀어지게 되고 썸머는 톰에게 이별을 통보하죠.
썸머는 사랑을 믿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아직까지 썸머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 없었던 거고, 가슴 아프지만 톰도 썸머에게 그런 사람이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C야, 많이 힘들겠지만 D를 잊었으면 좋겠어. 넌 참 매력있고 존중받을만한 사람이야.
그러니 너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영화 말미에 톰은, 운명이라는 것은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면접방에서 우연히 만난 '어텀(가을)'이라는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톰은 행복해졌을까요?
전 톰이 어텀으로 인해 행복해졌을거라고 확신합니다.
C에게도 강렬한 여름이 잊혀질만큼 선선하고 편안한 가을 같은 인연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