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의 여유
'형, 제가 진짜 변한걸까요?'
친하게 지내던 동생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이 동생은 속칭 좀 놀았던 녀석이었어요.
자주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도 그런 사람들이었구요.
그런데 이 년전인가 우연히 운동 동호회에서 저를 만났고, 회식자리에서 저와 대화를 하다가 '형, 저도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얘기해서 제가 책을 한 권 추천해주고
'이거 읽고 독서모임 나와 봐.' 라고 했었거든요.
뭐, 사실 그렇게 확 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 동생에게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만, 이 동생은 좀 달랐어요.
독서모임에 한 번 나오더니 '형, 진짜 오길 잘했어요.'라며 그 때부터 꾸준히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얼굴이 홍당무가 돼서 어버버거리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와, 겨우 느낀 점을 말했지만, 1년이 지난 후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느낀 점을 해석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삶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어디서 술을 마실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해선 어떤 걸 준비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불과 2년 사이에 공인중개사, 전기기사등을 취득하고 지금은 sns채널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괄목상대죠.(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 다른 사람의 학식이나 업적이 크게 진보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참 잘 살고 있는데 최근에 고민이 하나 생겼답니다.
최근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한 바탕 싸웠다고 합니다. 원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자신을 변했다며 섭섭해하고, 모임 뒤에서 뒷담화를 하다보니 그게 곪아서 터졌나봅니다.그러다보니 모임이 있어도 잘 나가지 않게 되고 애들이랑도 어색해져서 고민이라네요.
'니가 요즘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야?'
제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동생이 sns채널로 자신을 브랜딩하는 거라고 하네요.
'그럼 그런 걸 그 친구들한테도 말해봤어?'
말해봤는데 쓸데없이 그런 걸 왜 하냐고 하더랍니다. 괜한데 신경 써서 골아프지 말고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했답니다.
자기가 발전되는 모습을 인정해주지 않고, 되려 무시하고 깎아내리는 친구들의 모습에 화가 나, '니들이 그러니까 발전이 없는거야.'라고 한 말이 도화선이 되어 터져버렸다네요.
'형, 제가 잘못한 건가요?'
동생이 물어봅니다.
'구구단이 5단까지만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9단도 모르냐고 하면 화를 내지 않을까?
그 사람들에게는 5단이 세상의 전부니까.
5단의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은 5단만큼 사는거고 6단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6단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겠지.
지금 니가 꿈꾸고 경험한 세계는 너의 옛친구들의 세계와 분명히 다를 거야.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할 점은 절대 누군가를 먼저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는 거, 그 사람이 먼저 6단을 가르쳐달라고 하기 전에 '야, 너 6단도 모르냐? 6단은 이거야'라고 하면 반감만 생기는 거야.
누군가에게 6단임을 인정받으려하지말고, 계속 7,8,9단으로 나아가.
언젠간 친구들이 너에게 6단에 대해 물을 날이 올 거고, 그 때 웃으며 6단을 설명해주면 돼.'
'너 그렇게 살면 안 돼.'
누구나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긍정적인 쪽이로든, 부정적인 쪽으로든 사람은 누구나 변하는 거 같아요.
중요한 건 그 변화에 대처하는 자세인 거 같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변화를 경계한다면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겠죠.
하지만 내가 먹은 약이 명약이라고 상대방에게도 명약일거라는 법은 없어요.
누군가는 약을 먹지 않고 침을 맞을 거고, 누군가는 자연치유를 원할거란 말이죠.
그 때 내가 이걸로 좋아졌다고 그걸 강요하는 건 어떻게 보면 폭력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9의 세계에 살 때
5의 세계의 사람들을 무시하고 깔보는 게 아니라, 그들을 존중해주고 나중에 그들이 6의 세계를 물어볼 때,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게 아닐까 싶네요.
저도, 그 동생에게도 그런 마음의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