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2번째 만남에서는 뭘 하면 좋을까요?

소개팅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

by 권민창

저는 소개팅계의 마이다스입니다.
그 어떤 것이든 손만 닿으면 금으로 만들었던 마이다스처럼, 저도 표본은 적지만 아는 남녀를 소개시켜줬을 때 그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교제까지 이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남녀의 느낌과 성향, 취향을 고려해 잊고 있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완성해주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안 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A라는 친한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B라는 여동생이 있었죠.
능력치의 5각형을 고려했을 때 둘은 참 잘 맞을 거 같았습니다.
A는 에너지와 남자다움이 최상이었고, B는 단아함과 청순함이 최상이었거든요.
어떤 싱거운 국물에 넣더라도 실망시키지 않는 라면스프처럼, 이 둘은 안 될 수가 없었습니다. 전 그렇게 둘을 이어주게 됐죠.

소개해준 그 주 토요일 저녁 7시, 건대 2번 출구 엔젤리너스에서 둘은 만났습니다. 그렇게 5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A에게 전화가 옵니다.
'형, 고마워요. 진짜 괜찮아요!'
'어때? 잘 맞는 거 같아?'
'네, 형!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완전 잘 맞아요. 다음 주도 보기로 했어요!'
배고플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자글자글 끓는 부대찌개를 바라만 봐도 좋은 것처럼 흐뭇했습니다.
잘 될 거라 의심치 않았어요. 그런데 A가 좀 이상합니다.
'형, B가 저에 대해서 뭐래요?'
사실 소개팅을 해줬을 경우에 쑥쓰러워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대개 남자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대놓고 묻지는 않더라고요.
'뭐, 별 말 안하던데?'
그러자 A가 굉장히 불안해합니다.
'맘에 안 드는 건 아니겠죠? 형, B가 뭐 좋아해요? 2번째 만났을 때 뭐하면 좋을까요?'
A답지 않지 않았어요.
'A야, 애프터가 됐다는 건 B가 너를 괜찮게 생각한다는 거 아닐까? B가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그럴 수도 있어. 그냥 너다운 모습을 보여줘.'
대답이 시원찮습니다. 약간 걱정이 됐지만 별 말은 안했어요.
그렇게 3주 정도 지났을까요, A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풀 죽은 목소리로 잘 안됐답니다. 들어보니 2번째 만남에 어디가 좋고, 뭘 선물해주면 되는지 주변에 연애박사들한테 물어봤대요.
그 의견을 따라 분위기 좋은 와인 바에서 꽃 선물을 해줬다네요. B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스며들 듯 천천히 관계를 만들어가는 성향인데 A가 A답지 않게 오버를 한 거 같아요.
'형, 제가 잘못한 걸까요?'
A가 묻습니다.
'니가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봤으면 주변사람들보다 훨씬 더 그 사람에 대해 잘 느꼈을텐데 굳이 왜 그런 걸 주변에 물어봤어? 그냥 너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았을텐데.
2번째 만났을 땐 뭐 해라, 3번째 만남에 고백해라, 이런 건 그냥 참고만 해. 제일 중요한 건 니가 느꼈던 그 사람 아닐까?'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사랑을 이뤄주는 회사입니다. 숫기없고 연애를 잘 모르는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 적절한 장소,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고백을 하며 사랑을 이뤄주죠.
그러나 상용이라는 의뢰인의 경우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누군가의 의견이 아니라 본인의 진심이라는 걸 깨닫고 희중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사랑합니다. 이건 제 생각이에요. 아니, 날 것 그대로의 제 마음이에요. 사랑합니다.'
희중과 상용은 어떻게 됐을까요? 영화를 한 번 보시길 바랄게요. 굉장히 재밌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시작함에 있어 주변의 시선이나 의견을 굉장히 많이 신경씁니다.
'프로포즈는 언제 해야 해? 어떤 식당에 가야 좋아할까? 첫 만남에 술은 별로겠지?'
이해는 됩니다. 성공확률을 높이고 싶은 거죠.
그런데요, 직접 그 사람과 눈을 낮추고 감정을 공유한 사람은 본인뿐이거든요. 그렇다면 본인이 느낀 게 제일 확실할겁니다. 해주는 요리만 먹다보면 혼자 요리할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직접 후라이 팬도 태워보고, 싱크대에 계란도 쏟아보고 하면서 계란말이도 할 수 있고 감바스도 만들 수 있게 되겠죠.
A는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연애를 의존하고 있는 거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A가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 본인의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자연스레 관계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이즈가 안 맞는 신발을 억지로 구겨신으면 발가락에 피멍이 들듯, 꾸며낸 모습은 언젠가 드러나게 되어있거든요.
아무쪼록 A에게 진정한 사랑이 찾아오길, 그리고 그 사랑을 본인의 힘으로 스스로 만들어나가길 바랍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