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합니다.

우리도 변합니다.

by 권민창

'싸이월드 전에 학교 검색하고 사람 찾던 거 그거 뭐지?'
고등학교 동창들 카톡방에 D라는 친구가 질문을 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버디버디는 아니고, 다모임도 아니고.. 아! 아이러브스쿨이네.'
얼른 카톡방에서 D에게 아이러브스쿨이라고 말해준 후, 잠시 추억에 잠겼습니다.

드림위즈지니, 버디버디, 다모임, 싸이월드,네이트온..
저에게는 굉장히 많은 추억이 깃든 1세대 sns입니다.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으면 타고 타고 들어가서 매일을 봤었어요. 얼마나 많이 봤으면 그 여학생 홈피의 bgm 가사까지 다 외울 정도였죠.
그때는 호감의 표현이 요즘처럼 엄지손가락 터치로 가볍게 되는 것이 아니였습니다.
일촌신청을 하면, 서로의 일촌명을 설정해야 돼요. 예를 들어 제가 호감이 있는 여학생의 이름이 김민지라면, 이쁜이 김민지 고릴라 권민창 이런 식으로 제가 설정을 하고, 밑에 '안녕! 난 금정중에 다니는 권민창이야. 만나서 반가워. 친해지자^^'라는 짧은 인사말을 적어보내야됐죠. 그리고 그 친구가 수락해줘야 비로소 일촌이 되는 겁니다.
일촌명을 어떻게 해야 부담도 안 되고, 은근슬쩍 호감을 표시할 수 있을지 컴퓨터 앞에 앉아 3시간 정도를 고민하다 결국 일촌신청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처럼 쿨하게 먼저 팔로우를 하고 그 사람이 팔로우를 안해주면 '뭐, 아님 말고.' 하고 끊는 건 상상도 못했던 거 같아요.
관계의 시작이 굉장히 어렵지만, 또 그만큼 가치가 있었던 시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5년전만 하더라도, 흑백 핸드폰에 잘못해서 인터넷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등짝스매시를 맞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거리에 상관없이 영상통화를 합니다.
15년 전의 우리였다면, 세상이 이렇게 급작스레 바뀔지 알았을까요?
저는 상상도 못했던 거 같아요.
1주일 전에 깔끔하게 깎은 손톱이 어느새 자라있듯, 우리도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변화에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절대 까먹지 않을 것 같던 전 여자친구의 휴대폰 번호가 가물가물해지다 사라지고,
영원히 각인될 것만 같던 사랑의 추억들도 자연스레 잊혀집니다.
태풍의 눈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지만 그 중심에 서 있는 우리는 막상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한 번씩 돌이켜볼 때, '아, 그 때 그랬었지. 나 참 찌질했구나.'하고 가벼운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되는거죠.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고 느끼는 찰나의 순간들이 있습니다만, 그 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들은 스무스하게 흘러갑니다.
이별의 상처로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아도 시간은 흐르고 상처는 치유됩니다.
상처에 새살이 돋고 조금 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질 때, 그제서야 다시 돌아볼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가벼운 쓴 웃음.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의 거울도,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우정의 그릇도 빛이 바라고 깨지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그 상처에 담담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새 새로이 시작되는 관계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됩니다.
자라나는 새싹을 보며 위안을 얻고
아장아장 기어다니던 아이가 두 발로 걷는것에 감동하고
새로운 사랑에 다시금 설레듯 우리도 어른이 됩니다.
세상은 변합니다.
우리도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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