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탄생기 굿피플
최근에 채널 A에서 '굿피플'이라는 프로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예비 법조인들의 이야기를 다뤄서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로스쿨생 8명이 로펌 인턴으로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미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8명 중 단 2명 만이 로펌에 정식으로 채용되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중 되게 인상 깊은 장면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로펌의 변호사인 채승훈 변호사가 첫 미션을 내주고
저녁 8시까지라는 시간 제한을 둡니다.
이 때 나머지 7명은 8시에 맞춰 채승훈 변호사 메일로 미션을 제출하지만,
이시훈 인턴은 8시에 채승훈 변호사에게 한 통의 메일을 보내죠.
'죄송한데, 자료 리서치가 완벽히 되지 않아 시간을 좀 더 사용하겠다.' 라는 내용의 메일입니다.
그리고 9시쯤 미션을 제출합니다.
이 때, 이시훈 인턴을 채승훈 변호사가 사무실로 부릅니다. 저는 왜 과제를 제 시간에 내지 않았냐고 따끔하게 혼낼 줄 알았는데요, 제 예상과는 달리 채승훈 변호사는 굉장히 부드럽고 깔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 3가지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가벼운 칭찬으로 긴장 완화시키기였습니다.
'이시훈 인턴, 늦게까지 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갑자기 주어진 과제라 많이 당황하셨죠?'
잔뜩 긴장해있던 이시훈 인턴은 채승훈 변호사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옅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리고 긴장을 풀게 되죠.
두 번째는 나누고 싶은 주제를 간략히 정리하기였습니다.
'이시훈 인턴이 8시쯤에 메일로 시간을 더 달라고 하셨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잠시 얘기드리려고 해요.'
이 때 이시훈 인턴도 어떤 부분에 대해 얘기하려하는지 정확히 파악했을겁니다.
대신 다른 점은 이시훈 인턴이 채승훈 변호사의 말투에서 자신을 호되게 꾸짖기보다, 따뜻하게 감싸줄 거라는 어느정도의 확신을 가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는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깔끔한 조언이었습니다.
'업무를 하다보면 기한을 넘길 때가 비일비재합니다. 이시훈 인턴도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지만, 변호사끼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도 중요해요.
만약 늦는다면, 선배 변호사가 가까이 있는 경우에는 찾아가서 직접 뵙고 말씀을 드리는 게 좋고 멀리 있는 경우에는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다면 좋겠죠. 오늘 고생했고, 얼른 퇴근해보세요.'
그냥 '니가 잘못했고 다음부터 고쳐라.'라고 얘기하지 않고, 첫 미션으로 굉장히 경직되어있을 이시훈 인턴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배려가 따뜻하게 녹아나는 모습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를 떠나 그 사람이 하는 말에서 '참으로 젠틀하고 우아한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 몸짓, 눈빛, 표정 등, 우리는 살아가며 굉장히 많은 방법으로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그 중에서도 사람의 감정을 가장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을 따뜻하고 품격 있게 하는 사람에게는 편안함과 존경심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채승훈 변호사의 '말'을 보며, 저도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좀 더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어떤 게 있는지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튼 굿피플 진짜 재밌습니다. 꼭 보세요.(갑분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