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하여
어제 광안리 커피 스미스에서 혁수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혁수와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에 대해 나눈 대화가 인상 깊어,
머릿속으로 어느 정도 복기해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창 : 혁수야, 니가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제일 감명 깊은 게 뭐였노?
혁수 : 좋은 질문은 해답과 같은 힘을 지닌다.(웃음)
민창 : 그건 당연하고(웃음)
혁수 : 사실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되드라고.
민창 : 아, 그 책 진짜 좋지. 내가 궁금한 게 있는데 니는 그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할 거고?
혁수 : 음,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엔 느낀 게 너무 많아서.. 굳이 말하자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의 전환. 난 항상 살면서 내가 하는 행동들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변명’을 했던 거 같다. 형편이 어려워서, 입영일자가 불분명해서, 맡고 있는 일들이 많아서 등등..
그러면서 나의 게으름들을 정당화했던 거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태도들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되더라고. 그리고 거기 울부짖는 청년의 모습에서 내가 보이기도 했고.
민창 : 맞아 맞아. 이래서 책을 읽고 서로 나눠야된다니까. 독서모임 꼭 해라.(웃음)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니까 또 좋네.
혁수 : 민창이 니 한 문장도 듣고 싶네.
민창 : 나는 딱 있다. ‘기대하지 않을 때, 건강한 인간관계가 유지된다.’
혁수 : 아 맞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다룬다아이가.
민창 : 어, 우리는 매순간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하게 되잖아.
뭐 사소하게는 친한 친구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부터,
크게는 결혼할 상대의 집안에 뭔가를 바라기도 하고..
혁수 : 맞다. 나도 최근에 어떤 친구한테 조언이랍시고 비판을 했었는데, 그 친구와 사이가 소원해졌던 적이 있다. 근데 사실 그것도 그 친구에게 내가 ‘조언자’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해서일수도 있겠네.
민창 : 그렇지. 근데 참 이게 힘들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 보통 친절하고 예의를 갖춰서 대하거든. 근데 내가 그러니까 당신도 나한테 응당 그래야 돼 라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하게 되더라고.
혁수 : 결국 기대는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것도 크게 작용한다는 거겠네.
민창 : 그렇지. 오늘 커피 한 잔하면서 니가 내 책을 칭찬하지 않았으면 아마 서운했을 거다.(웃음)
혁수 : 그런 기대를 버리라고.(웃음) 여튼,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통해 참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니랑 진지하게 인생 얘기하니까 더 좋네.
민창 : 그러니까. 술 없이 만나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참 신기하다. 그제?
혁수 : 다음에 날 잡아서 술 한잔 하면 되지. 여튼 오늘 너무 고마웠다.
민창 : 귀한 시간 내줘서 내가 더 고맙데이. 혁수야.
10년 넘게 알고 지내면서 같이 농구하고 맥주만 마실 줄 알았지, 진지한 얘기는 해본 적도 없었던 혁수와 이렇게 커피를 마시며 진지한 얘기를 하게 되니까 참 좋더라고요.
집에 가는 길에 혁수가 저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민창아, 우리는 농구인이니까 농구로 인생을 한 번 얘기해볼게.
86대 87에서 지고 있는 팀이 버저비터(휘슬이 울리는 동시에 슛이 들어가는 것. 쉽게 말하면 결승골)로 88대 87로 역전해서 이겼어. 근데 대부분은 그 팀이 승리한 것만 생각하고, 87점팀의 노력과 끝나기 전까지 두 팀의 치열한 과정은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드라.
근데 생각해보면 버저비터를 넣기 위해 선수들이 넣었던 수많은 슛들, 그리고 악착 같은 수비들 덕택에 마지막에 기회가 난 거잖아. 그리고 거기에 점을 찍은 거고.
우리는 지금 혼신의 수비를 하고 있는 상황인 거지. 자유투도 힘겹게 넣으면서.
기회가 왔을 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그 마지막을 기다리면서 말이지.’
혁수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인생에서 스포트라이트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마침표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이요.
하지만 그 마침표를 찍기 위해 수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던 중간 중간 쉼표들의 과정 덕분에 만족스런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주 보지도, 자주 연락하지도 않지만
어찌 보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나의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나도 그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힘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게 말이죠.
저는 어제 혁수를 만나고, 참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혁수도 저를 통해 그런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기대(하면 안되지만)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