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사람을 대할 때 생기는 일들

참 행복한 시간들

by 권민창

일전에 제가 잘못 보낸 택배로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115동을 113동으로 착각해, 책 6박스가 다른 문 앞에 있는 상태였고,
저는 원주, 어머니는 서울에 계셔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서, 퇴근하고 직접 차를 끌고 와서 손수 115동 저희 집 문 앞으로 다 옮겨준 종백이형에게 감사했다는 글이었어요.

감사하다는 핑계로 종백이형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며칠 전, 부산대학교 근처에서 종백이형과 술을 마셨어요.
사실 종백이형과 저는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그 부탁을 드렸던 게 더더욱 죄송했었어요.
종백이형한테도 그런 식으로 제가 말했던 거 같습니다.

그러자 종백이형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민창아, 뭐 살아봐서 알겠지만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이제는 몇 번 안 봐도 잘 맞는 사람들이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봤고,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 형은 니가 형한테 그 부탁을 했을 때 너무 고마웠어. 너한테 소중한 존재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덕분에 이렇게 술도 얻어 먹고 얼마나 좋아.
이 시간이 참 행복하네.’

만약 제가 종백이형의 입장이었다면 엄청나게 생색을 냈을 거 같습니다.
그 날 내가 눈치보면서 야근도 빼고 갔다, 어깨가 안 좋은데 책이 생각보다 무거워, 그 날 어깨가 많이 아프더라 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종백이형은 되려 저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미안함을 덜어주셨어요.
그런 종백이형의 따뜻한 배려를 몸소 느끼며, 또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다리미를 써도 전원을 꽂지 않으면 셔츠가 다려지지 않듯,
아무리 달콤한 말로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다리미지만 전원을 꽂고 천천히 기다리면 셔츠를 다릴 만큼 충분한 열이 전해지듯, 투박하고 어색하더라도 그 사람을 생각하는 행동과 마음이 보일 때 우리의 마음도 움직이는 거 같아요.

종백이형 같은 사람들이 제 주위에 있음에 참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화려하진 못하더라도, 투박하고 따뜻한 진심을 전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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