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이 주는 놀라운 효과
몇 십년을 알고 지내고 불편하고 어색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단 한 시간을 같이 있어도 숨기고 싶은 나의 모습까지 다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고, 한 번씩 연락했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될 수 있는 쉼터같은 사람들.
그리고 저에게 그런 사람은, 무조건적인 칭찬을 하는 사람도 과도한 비판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서로에게 불편한 부분이나 잘 맞지 않는 부분들을 지혜롭게 대화로 해결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A라는 형이 저에게는 그런 존재였습니다.
강연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들을 꾸준히 하시며 ‘내가 나이가 들면 저렇게 되고 싶다.’라는 롤모델이 되시는 분이었습니다.
처음 만나자마자 격의 없고 소탈한 모습에 마음을 금방 열 수 있었고, 자주 연락하지 않더라도 가끔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가까운 사이가 됐습니다.
3달 전쯤, 대학교 버스킹을 기획하고 5분 남짓 되는 강연안을 3개 정도 만들었습니다.
제가 SNS에 올렸던 글들을 토대로 강연안을 만들었는데, 몇 명의 지인들에게 들려온
피드백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재미 없다.’ ‘따분하다.’ ‘지루하다.’
물론 그 후에 좋은 말들을 해줬으나, 처음부터 그렇게 부정적인 말들을 들으니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그 때 마침 A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민창아, 나 원주에 강연 있어서 가는데 시간 되면 얼굴이나 볼까?’
‘네, 형 너무 좋죠!’
그렇게 A와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중, A가 저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민창아, 무슨 고민 있어?’
저는 제가 갖고있던 문제들을 A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런 걸 기획했는데, 저는 잘 만든 거 같은데 생각보다 피드백이 너무 좋지 않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자신감이 떨어지고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 힘들다.
그러자 A가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민창아, 혹시 괜찮으면 형이 한 번 들어볼 수 있을까?’
부정적인 피드백으로 인해 위축되어 있었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A라는 형의 눈을 바라보며 리허설을 했습니다. A의 눈빛은 ‘내가 너의 단점을 찾아서 고쳐줄게, 넌 이게 부족한 거 같아.’라는 의심의 눈빛이 아니라, ‘참 잘 하고 있구나,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걸 준비했니. 대단하다.’ 라는 편안한 눈빛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하는 도중에 여유도 생기고 미소도 머금으며 끝냈습니다.
끝나고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데, A가 제 어깨에 손을 살짝 올리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민창아, 참 대단하다.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니 모습에 형도 참 자극 많이 받고 고마워. 형이 생각했을 땐 진짜 잘했어. 완벽해 100점이야!’
그 말을 듣자마자, 지금까지 들었던 부정적인 피드백이 날아가고 위축되었던 자신감이 빠르게 차오르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A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120점 되는 방법도 있는데, 한 번 들어볼래?’
안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웃으며 세세하게 부분 부분을 다듬어주시는 A의 모습에 기분 좋게 강연안을 수정할 수 있었고, 덕분에 대학교 버스킹 강연은 성공리에 끝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팩트폭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충격요법으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 라는 의도로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정작 받아들이는 입장인 사람의 마음이 이미 큰 상처를 받은 상태라면, 너덜너덜해져 있는 와중에 또 날카롭고 까칠한 말로 마음을 후벼 판다면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하기가 힘들 거 같습니다.
A라는 형도 저에게 분명히 고칠 부분과 단점을 말씀해주셨지만, 접근 방식이 굉장히 따뜻했던 거 같습니다. ‘내가 너를 고쳐줄게.’ 같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입장이 아니라, ‘참 잘 했어. 대단해. 그런데 이런 부분을 이런 식으로 약간만 수정한다면 어떨까?’ 같은 편한 친구의 입장으로 다가왔던 거죠.
그리고 그런 A의 배려에 저는 진심으로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주변을 돌아봤을 때, 참 답답하고 한심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을 변화시키는 건, 현실을 노골적으로 자각하게 해서 반등을 꾀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거 같아요.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이 그런 노골적인 말들로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어하는 상태라면 그런 충격요법은 그 사람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을 수가 있어요.
그렇기에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 마음을 어루만지며, 천천히 함께 나아가는 동반자가 되어준다면 어떨까요? 그 순간, 친구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할 것이고, 여러분이 그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여러분을 소중하고 따뜻하게 생각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