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 올라오는 버스 안,
4시간여를 우등이 아닌 일반석이 앉아있었더니 찌뿌둥하더라고요.
도착과 동시에 한 시라도 빨리 바깥공기를 쐬고 싶다는 일념으로 주위를 확인하지 않고 급하게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독서모임 회식이 있었는데요. 신년회식겸 모임원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다이소에 갔는데 웬걸
지갑이 없습니다.
'좌석 사이에 끼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제 차를 뒤졌는데 안나옵니다.
불안이 확신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휴대폰 배터리는 없고, 회식 시간은 가까워 오고.. 지금 내 근처에는 지갑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다시 차를 타고 터미널에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타고 온 버스 운송회사 사무실에 들어갔죠. -
'사장님, 정말 죄송한데 부산 1시 20분차 탔던 사람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버스 안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
'그러시죠! 이 버스입니다.' 귀찮은 내색 없이 버스를 열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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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기사분이 누워서 쉬고 계시더라구요. -
'이 친구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네! 뭐 나온 거 없어요?' -
누워계시던 기사님이 벌떡 일어나셔서 같이 찾아주시더라고요. -
'몇 번 좌석입니꺼? 뭐 별 다른 거 나온 거 없던데예. 혹시 나올 때 빨리 나왔슴니꺼. 그라모.. 갖고 가는 손님들도 있어예.' -
'아..그럴 수도 있겠네요..' -
'잠시만 기다려보이소. 몇 번 좌석인데예?' -
'24번이요.' 의자를 분리해서 안까지 봐주십니다. -
'죄송한데 여긴 없는 거 같은데예.. 저기 옆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한테 물어보이소. 미안합니더.' -
'아닙니다 기사님, 너무 감사합니다.' 없다는 걸 바로 확인하시고는 사장님이 바로 아주머니한테 가셨더라고요. 그리고..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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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께서 제 지갑을 보관하고 계시더라구요. -
'올 줄 알고 계속 기다렸어요. 왜 안 오지 했네. 안에 내용물 한 번 확인해봐요.' 웃으시며 지갑을 내미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했어요. 현금으로 10만원이 넘는 돈이 지갑에 있어서 걱정했거든요.
근데 지갑 주인을 찾아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웃고 계신 아주머니를 보니, 그런 생각을 했던 제가 되게 부끄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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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갑에서 주섬주섬 2만원을 꺼냈습니다. -
'저 사장님, 아주머님 제가 크게 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너무 감사해서 제 마음이니 받아주세요.' -
'아이고..이런 거 안주셔도 됩니다. 괜찮아요.' -
'아니요. 이거 안 받으시면 제가 불편합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손에 꼬옥 쥐어드리고 인사하며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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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으로 시작할 뻔했던 2017년,
이렇게 따뜻한 마음과 배려에 최선으로 시작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좋으신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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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나눠주고, 받으며 알차게 달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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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