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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Feb 16. 2018

사소한 공감의 힘

컴플렉스

깔끔한 편은 전혀 아니지만, 손을 굉장히 자주 씻는 편이다.

휴게소나 터미널 화장실에 들렀을 때, 화장실이 깔끔한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세면대 근처에 거품비누가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손 전체에 비누를 묻혀 두 손을 깍지상태로 위 아래로  문질러주고, 손등과 손바닥을 깔끔하게 물로 세안한다.
손을 씻은 후 꼭 손등의 냄새를 맡는다. 물기를 머금은 손등에서 은은하게 나는 거품비누향을 맡으면 저절로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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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닦는다.

입냄새 때문에 굉장히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느꼈을 때가 많아, 나는 절대 그러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 습관이 됐다.

혼자 있거나 오래된 친구들과 있을 땐 세상 누구보다 허술하지만, 처음 보거나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게는 과할 정도로 내 자신을 완벽하게 포장해야된다는 컴플렉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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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자존감이 낮은, 땀냄새나고 뚱뚱했던 중학생이 있다. 단지 사랑 받고 싶었고, 호감 받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불쌍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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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나온 배와 턱살을 가리기 위해 여름에도 얇은 후드티를 입었던 그 때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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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적으로 180도 달라졌지만, 그 때의 아픈 기억들은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다시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기에 남들이 봤을 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한다.

‘신경 쓰지 마. 별 거 아니야.’
‘신경 쓸 일도 아니구만, 난 뭐 큰 일인줄 알았네.’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힘들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겪어보지도 못했으면서 다 이해한다는 듯.
그들은 문제를 결론짓고 해결책을 내려주고 싶어한다.

그렇게 상대방의 고민에 무감각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서서히 닫는다.

고민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해결책보다 그 상황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힘이 된다.

우리에겐 명쾌한 해답보다 공감의 침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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