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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Oct 02. 2019

선택과 책임은 결국 내 몫이다.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두 가지 방법

1. 저는 전세계 인구의 10%를 차지한다는 유전적 왼손잡이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제가 어렸을때만 하더라도 왼손잡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습니다. 운동이나 식사할 때는 그렇다치더라도 글까지 왼손으로 쓰는 저를 보며, 부모님은 행여나 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글을 적는 동안은 왼손에 깁스를 하고 오른손으로 글을 쓰게 하셨습니다. 지금 마음가짐을 가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부모님께 반항을 해서라도 고치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

2. 어릴 때 젓가락질을 못한다고 유난히 많이 혼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왼손을 쓰는데다가, 젓가락질까지 정석으로 하지 못하니 웃어른들이 보시기에 굉장히 불편하셨겠죠. 그때 당시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민창아, 나중에 결혼할 때 와이프 부모님이 너 젓가락질하는 거 보면 뭐라고 하겠냐.' 였습니다. 순수하고 어렸기에 덜컥 겁이 나긴 했지만글 쓰는 손을 고쳤으니 이만하면 됐지 않나 하는 일종의 반항심과, 표준 젓가락질을 배우지 않아도 고기 잘 집어먹고, 김치 시원하게 찢는데 굳이 배워야하나라는 마음이 컸던 거 같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저도 나이가 들며 이제는 제 젓가락질에 대해 누구도 지적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우스갯소리로 '저는 젓가락질을 잘 못해요.' 라고 하면 오히려 자신도 젓가락질을 못한다며, '아류'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3. 퇴사를 한 지 어느덧 5개월차입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10년 가까이 다니다 퇴사를 결정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100명에게 퇴사를 물어봤다고 쳤을 때 70명은 반대했고, 20명은 무관심했으며, 10명은 진심으로 제 미래를 응원해줬습니다. 결정은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퇴사 전에 했던 걱정들이, 막상 퇴사하고 세상에 부딪쳐보니 제가 했던 걱정들 중에 90%는 쓸데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들과 만나며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4. 왼손으로 글을 쓰는 친구들이 연필로 공책에 필기할 때, 소지구(새끼손가락 밑 부분)부분이 새까맣게 변한 걸 자주 봅니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와 달리 글자를 쓰고 왼손이 그 글자를 훑고 가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종종 식당에 가면 제일 왼쪽 자리를 고집합니다.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기에 혹여나 식사하며 오른손으로 식사하는 분들과 부딪치거나 불편함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0일날이 되면 습관적으로 통장을 확인합니다.  9년 동안 꼬박꼬박 10일에 월급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가끔 그렇게 안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왔던 시기가 그립다는 생각도 듭니다.
5. 하지만 젓가락이나 글을 쓰는 일이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정도는 아니고, 고정적이지 않은 월급이 제게 불행을 초래하거나 너무 신경이 쓰여 아무 것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제 의지가 아니라 남들이 보는 시선으로 인해 제 의지와는 반대로 억지로 고치려했던 그 순간들에 받았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훨씬 컸던 거 같습니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 하더라도, 결국 내 인생을 결정하고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건 나 자신이기에 돌아봤을 때 주변 지인들의 의견은 참고하되, 선택은 제가 했던 그 순간들에서 참 많은 것들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 외에 절대적인 건 없습니다. 모든 건 변하고 대다수가 신봉하는 기준도 결국은 바뀝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사세요라는 말들이 참 책임감 없이 들렸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 말이 참 와닿습니다. 걱정과 후회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기대로 사는 인생보다, 넘어지고 부딪히더라도 결국 나답게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 보람찬 인생을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책임도 자신이 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따랐을 때 현명한 선택이었다면 좋겠지만 그 선택이 실패했을 때 그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반대로 진정 하고 싶은 걸 망설이고 계시다면, 그냥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주변 지인들이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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