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주지시켜주기.
얼마 전, 친한 형에게 메세지가 왔습니다.
형에게는 나이터울이 좀 많이 나는 고등학생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형은 그 여동생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보였습니다.
'승무원을 하고 싶다는데 어떻게 말려야 되는 거야?
넌 절대 안 된다고 포기하라고 해도 고집이 너무 세네.'
저는 그 형에게 물어봤습니다.
'형, 그런데 왜 동생이 승무원이 되는 걸 말리는 거예요?'
그 형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 내가 봤을 때 키도 너무 작고.. 너 알다시피 승무원들은 다 키 크잖아. 그리고 경쟁률도 너무 높아서 내 동생은 안 될거야. 주변에 준비하다가 떨어진 지인이 있어. 그것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몇 번 떨어지더니 지금은 괜히 준비했다며 후회하더라고.'
저는 그 형의 말을 듣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형, 형님은 그러니까 동생이 승무원에 떨어졌을 때
느낄 상실감이 걱정되시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형은 동생을 진심으로 걱정하시는거잖아요.'
그러니까 그 형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응, 사실 너무 걱정 돼. 너도 나도 살아봐서 알다시피 사회가 녹록치 않으니까. 동생은 나처럼 고생 안했으면 좋겠거든.
저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형의 마음도 너무 이해가 돼요. 저도 형같은 친형 있으면 정말 든든할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동생의 마음도 이해가 돼요. 사실 얼마나 대견해요. 어린 나이에 뭔가를 간절히 열망한다는 게. 우리 나이대도 자기가 뭘 좋아하는 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조건을 거셨으면 좋겠어요.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거나, 아예 단념시키는 방법은 둘 다 좋지 않은 거 같고,
학원비를 지원해주되, 동생이 학원을 다니는 동안 주중 스케쥴표를 짜서 매일 그걸 지키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한다거나, 학원비를 반반 지원하고 동생이 집에서 인사를 깍듯이 하거나 이쁜 말을 쓸 때, 성적이 오를 때 학원비를 조금씩 더 지원해주는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마 자신의 용돈을 아껴서라도 학원비를 내고 싶은 경우는 정말 간절한 경우일 거예요.
먼저 형님이 걱정하시는 부분들을 동생에게 먼저 말하셔서, 동생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마음으로 와닿게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 타협점을 서로 만들어가면서 조건을 걸고 그 조건에 미충족했을 시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나는 걸로.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선택했는지 아닌지의 여부인데요.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주면 나중에 그걸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어요. 반대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형의 압력으로 그 꿈을 포기하게 된다면 설령 나중에 다른 직업으로 잘 된다고 하더라도 형을 원망할 수 있어요.
내가 오빠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하늘을 날고 있었을텐데라고 하면서요. 선택권을 본인에게 주고, 그 선택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걸 주지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아요.'
그러자 그 형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고마워. 오늘 너의 조언은 내 동생뿐만 아니라 회사의 후배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을 거 같아.'
저도 형에게 이렇게나 동생을 아끼니, 동생은 분명 사랑받고 행복한 어른으로 클 거라고 얘기했습니다.
나에게는 한 없이 철 없어 보이는 누군가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할 때, 내 경험에 의거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보다는 그게 왜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어떤 부분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해요.
그 후에 대화를 하며 접점을 찾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인지시켜준다면 설령 그 무언가가 되지 않더라도 분명 그 과정에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울 거예요.
- 권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