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보다 내가 좋아야 돼요.
며칠 전부터 제가 다니는 학원에 강한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냄새가 하도 독특해 어떤 제품인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작년까지 제가 뿌리고 다녔던, 지저분한 향을 내는 스프레이었거든요.
이틀 정도 맡아도 적응이 안 돼서 교실 밖으로 잘 안나갔습니다.
복도만 나가도 그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돼서 학원 밖으로 나가는데 학생 두 명이서 그 스프레이를 들고 서로의 몸에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한 학생이 스쳐지나가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근데 이거 진짜 냄새 괜찮은 거 맞지?'
그러니 뿌려주는 학생이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진짜 매력적인 향기래. 요즘 다 쓴다니까.'
그 학생의 말을 들으며 이런 의문이 생겼습니다.
'저 분은 실제로 저 향기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자신도 적응이 안 되는데 누군가가 좋다고 하니까 그렇게 믿고 쓰는 걸까?'
며칠 뒤 학원에 진동하던 냄새가 사라졌습니다.
누군가가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호소했거나, 학생이 느끼기에도 좀 과하다고 생각했나봅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그 스프레이의 향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광고에서 사람들이 맡았을 때 느끼는 매력도가 현저히 높았기에 망설임 없이 구매했던 거 같아요. 나 좋자고 쓴 게 아니라 남 좋으라고 쓴 거죠.
그러나 몇 주 정도 썼을 때 친한 친구가 생일 선물로 깔끔한 향수를 선물해주며, '사실 니가 쓰는 스프레이 향이 너무 강해서.. 담백한 걸로 바꿔보는 게 어떨까?'라고 얘기했었어요.
저도 뿌릴때마다 느끼고 있었지만 '남들이 좋아하는 향이라니까 뭐..'라며 계속 쓰고 있었던 겁니다.
그 친구가 선물해준 향수는 확실히 향이 은은하게 퍼졌습니다. 딱 제 취향이었어요.
레밍효과는 군중이 원하는 대로, 좋아하는 대로 그저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을 얘기합니다.
저도 제 개인의 의견보다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좇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향수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심지어 저의 미래까지도 말입니다.
내가 불편하더라도 남들이 봤을 때 그럴듯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별 사견없이 따라갔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다보니 제가 점차 불편해졌고, 어느 순간 생일 선물로 담백한 향의 향수를 주며 솔직한 얘기를 해줬던 친구처럼 제 안의 솔직한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저에게는 작년까지 썼던 스프레이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향보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쓰고 있는 은은하고 담백한 향이 더 어울렸던 겁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상대방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하나 하나씩 나답게 고쳐가다보니 훨씬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주변의 소리에 매몰되어있다고 느껴질 때는 자신을 한 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요? 상대방의 기준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인생을 살고, 하나 하나씩 만들어 나갈 때의 성취감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 권민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