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창 Dec 29. 2019

사랑한다라는 표현에 인색한 당신에게

표현하지 않으면 몰라요.


여자친구를 만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안 할 정도로 애정표현에 인색한 친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친구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모든 일과보다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알게 모르게 뒤에서 챙겨줍니다.

여자친구도 그 친구의 마음을 너무 잘 알지만, 단 하나 섭섭한 게 있다면 애정표현이라고 합니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저 '고마워'라고 밖에 안하니 여자친구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복장이 터질만 하죠.

표현을 안하는 이유가 있냐고 하니까, 처음에는 좀 낯간지럽다고 했다가 이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어려서부터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 사랑한다라는 말을 한 번도 못 들어봤고, 오랜만에 본 가족들끼리 포옹을 하기보다는 악수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자신도 여자친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너무 해주고 싶지만, 목끝까지 차올랐다가도 관성에 의해 다시 내려간다고 합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너 여자친구 행복하게 해주고 싶지 않아?'
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이렇게 물어서 미안한데, 만약 여자친구를 잃었을 때 니가 느끼는 상실감과 후회감은 어떨꺼 같아?'
그러자 생각하기도 싫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 관성 같은 거 다 필요없고, 눈 보면서 못하겠으면 눈 딱 감고 사랑해라고 한 번만 해줘. 그럼 여자친구가 너 따뜻하게 안아줄거야. 그 이후로는 사랑해라는 말이 좀 더 자연스러워질거야. 말뿐인 사랑이 무슨 소용이겠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말 없는 사랑도 무슨 소용이겠어. 우리의 입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있는데. 니가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여자친구에게 표현해줘.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의 주인공 '샘'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자신의 연인 '몰리'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영혼만 남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리죠. 샘은 몰리의 곁을 항상 맴돌며 위험에 처하게 되거나 긴급한 상황에 몰리를 지켜냅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부분을 잠깐 말씀드릴까 합니다. 매번 몰리는 샘에게 'I love you(사랑해)'라며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지만,
샘은 항상 'So do I(나도 그래)'라고 대답해요. 직접적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죠.
하지만 죽어서 영혼이 되어 몰리를 지켜주고, 마지막에 샘의 영혼이 이승을 떠나기 전, 몰리를 보고 이렇게 얘기합니다. '"I love you, Molly. I've always loved you.(사랑해, 몰리. 언제나 당신을 사랑했어.)'

'굳이 말해야 알아?' 무뚝뚝한 연인을 만나고 있거나 만났던 분들이라면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미 이렇게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함께 많은 걸 하고 있는데, 굳이 말을 해야겠냐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과 만나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게 맞기는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섭섭한 감정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게 됩니다.

저는 사랑한다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거리에 있을 때 아낌 없이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영혼 없이 습관처럼 아무 표정 없이 가볍게 '사랑해'라는 말을 내뱉는 사람들도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무거이 여긴다면 나중에 상대방을 잃고 나서 다가오는 후폭풍이 훨씬 더 클 수도 있거든요.

오늘 여러분들 곁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해'라고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요? 쑥쓰럽다면 카톡으로, 메세지로, 그리고 댓글로 사랑하는 연인, 친구, 가족들에게 여러분의 마음을 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추운 겨울날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의 핫팩을 선물해줄 수 있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요.

매거진의 이전글 혈연 지연 학연보다 인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