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만 더 힘들다
2년 전쯤, 2번째 책을 내고 네이버 메인에 제 기사가 걸린 적이 있습니다. 제목이 자극적이었지만, 기사의 내용은 직장생활을 하며 책을 썼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자기계발을 하고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살면서 네이버 메인에 떠본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이었겠어요.
좋은 내용들만 말했으니 당연히 좋은 댓글들만 달릴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댓글 방향은 제 예측과는 정반대로 흘러갔어요.
'이래서 00가 발전이 없다.'
'얼마나 일을 안하면 직장 다니면서 책을 다 쓰냐.'
'나 때는 저런 거 꿈도 못 꿨는데.. 세상 좋아졌네.'
'원래 00들은 저래. 일 안하고 핸드폰하고 뻔하지. 뭐.'
처음 마주해보는 악플에 민낯에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이내 드는 감정은 '억울함과 화남'이었던 거 같아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모르면서 기사 몇줄로 어떻게 나를 이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지?'
'진짜 이런 사람들은 아무 희망도 없이 방구석에서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손가락질로 고통 받는 게 유일한 삶의 낙인 사람들인가?'
당신들이 남긴 댓글은 사실이 아니라고, 틀렸다고, 요목조목 반박을 할까 아니면 그냥 나도 똑같이 극단적인 단어 선택으로 상처를 줄까 수십번을 고민했던 거 같아요.
그 때, 네이버 메인에 이미 몇 번이나 기사가 올라갔던 분이 힘들어하는 저를 보고 이렇게 얘기하셨습니다.
'민창아, 처음에 기사가 났을 때, 나도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훨씬 컸었어. 사람들이 다 날 칭찬해주고 잘 살고 있다고 힘을 줄 줄 알았거든.
그런데 댓글로 욕을 적은 사람이 있었어.
그걸 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라고. 복수해주고 싶고. 그래서 익명의 아이디로 조금 비꼬아서 대댓글을 달았지. 그게 복수일 줄 알았고 시원할 줄 알았는데, 내 댓글을 읽고 그 사람이 어떤 심한 말로 내 가슴에 상처를 줄까 생각해보니 심장이 두 번 두근거리더라.
그래서 얼른 그 대댓글을 지우고 놔뒀어. 그러니 안도감이 들더라고. 그 이후로는 댓글을 웬만하면 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만약 봤을 때 그런 댓글이 있으면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부분을 몰랐는데 앞으로 수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라는 식으로 적었어. 그러니 이상하게 50%는 욕이나 비난이 적힌 원 댓글을 삭제하더라고, 그리고 내 대댓글에 다시 한 번 비난의 대댓글이 달린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인터넷상에서 댓글로 큰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발단은 되게 사소한 경우가 많아. 처음엔 서로가 존중하며 댓글을 달다 누군가 자신을 비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게 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의견교류가 아니라,
이 사람을 지식으로 뭉개야겠다, 이 사람에게 더 큰 패배감을 안겨줘야겠다라는 식으로 말이야.
이런 경우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어. 둘 다 개운하지 못하고 상처만 받아. 너도 대댓글을 고민할 때 심장이 두근거렸을거야. 그게 니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증거고. 똑같은 단단함을 과시할 필요는 없어. 꺾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악플을 단 사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람을 안아줘. 그게 그 사람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야.'
부족한 제 글이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봐주셔서 과분한 관심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저와 의견이 같을수는 없고, 또 그 다름을 표현하는 방식 또한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그냥 나와 다르구나하고 넘길 것이고,
누군가는 저의 의견을 존중하되, 다른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레 얘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면서 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말을 합니다.
예전 같았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며 제 기준에서 그들을 바꾸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전혀 다른 의견을 제시해주시니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에 사이다스러운 맛은 많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불편하다고 같은 방식으로 상처를 주거나, 비난을 하는 건 제가 추구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그렇게 퍼붓는다고 그 사람이 변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저도 불편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느리더라도 자극적이지 않고, 제 가치관을 잃지 않은 채 꾸준히 가고 싶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가슴 속에 간직 한 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