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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an 03. 2020

인간관계도 침을 맞는 것과 같아요.

긴장하고 힘 주면 더 아프다.

허리가 갑자기 안 좋아 한의원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한의사 분이 웃으며 저를 맞아주셨어요.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나요?’

저는 허리가 뻐근해서 왔다고 얘기하니까, 제 허리를 이리저리 만져보시더니 치료실로 가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보는 것과 다르게 주사도 잘 못 맞고, 침도 굉장히 무서워해서 기다리는 그 시간이 굉장히 고통스럽게 느껴집니다.

십 분 정도 지났을까요, 한의사님이 오셔서 제 등을 만지더니 침을 뽑습니다.

그리고, ‘힘 빼세요~ 더 아파요~’라는 말을 하시더니 침을 꽂고 손으로 툭, 툭 두 번 밀어넣습니다. 제가 아파서 순간적으로 헉이라는 소리를 내자, 한의사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힘을 주고 있으면 근육이 긴장한 상태라 침이 더 아프게 들어가요. 몸이 이완된 상태에서 맞아야 덜 아프고 더 잘 들어갑니다.’

그 이후에는 긴장이 풀려 몸에 힘이 자연스레 빠졌고, 그러자 자연히 침이 훨씬 덜 아팠던 거 같아요.    


인간관계도 침을 맞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때로 누군가를 만나다보면, 과도하게 힘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도하게 예의를 차려서 너무 어색해 보인다거나, 과도하게 자신감이 넘쳐서 불편하거나, 과도하게 누군가를 분석하고 가르치려는 포지션을 취해서 당황스러운 경우 등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심리는 보통,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의도로 시작한 행동들이 습관으로 고착화되고, 나중에는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것을 잃을까봐 손에 꽉 쥐고 놓지 않아 그렇게 힘이 들어가게 됩니다.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기에 상대방도 불편하고, 자기 자신도 자기답지 못한 행동과 말을 하기에 스스로 불편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사람들이라는 침이 그런 부분들을 치료해주려고 해도, 아프기 싫어서 힘을 꽉 주고 침을 튕겨냅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던 거 같아요. 누군가에게 멋진 사람이고 싶어 두 주먹을 꽉 쥐고 살았습니다. 좋은 침들을 튕겨냈고, 자연히 치료하지 못한 뻐근함이 더더욱 커져갔던 거 같아요. 두 주먹의 힘을 빼는 순간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좋은 마음의 한의사분들을 통해 몸에 조금씩 힘을 빼고 침을 맞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마음의 뻐근함도 사라지고 불편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인간관계에서 과도하게 힘을 주고 누군가를 만나다보면, 필연적으로 기대와 실망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정말 불편해요. 그렇지만 이 힘을 빼게 되면 내 약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는 생각, 그럼 내가 얕보이게 되고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두 손에 힘을 꽉 쥐고 누군가를 만납니다. 그런데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과도하게 힘을 준 모습은 진정한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니고, 그런 가짜의 모습은 언젠가 들통 나게 마련입니다. 지금 마음이 힘들다면, 누군가를 만날 때 마음의 힘을 빼는 노력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마음이 이완 됐을 때 비로소 좋은 사람들이라는 침이 여러분의 심리적 뻐근함과 불편함을 완벽하게 치료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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