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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an 04. 2020

사투리 쓰는 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어요.

세상의 어떤 것이든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20대 초반, 직장생활로 인해 고향인 경상도를 떠나 수도권으로 올라온 저에게는 큰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사투리였어요. 직장에서도 다들 표준어를 썼고, 뭔가 사투리 억양만 나오더라도 사람들이 비웃는 거 같이 느껴졌습니다. 말을 하는 게 두렵다보니, 자연스레 말을 많이 하지 않게 됐고, 퇴근하고는 사투리를 고치고 싶어 혼자 사람들과 대화하는 연습을 하며 그들의 억양을 따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노력했지만 오래도록 썼던 사투리의 억양은 그대로 남아있었어요.

그 때 당시에는 ‘상경한 고향 친구들이나 친구들의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투리를 완벽하게 고쳤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왜 이렇지?’ 라며 제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은 처음 입사를 하면 멘토 멘티 제도라는 걸 운영합니다. 제 사수가 저의 멘토가 되는 거고, 제가 사수의 멘티가 되는 거죠. 멘토는 멘티가 회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때 제 사수는 정말 좋으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표정이 좀 안 좋은 게 티가 났는지 저에게 와서 ‘무슨 일 있어?’라고 여쭤보셨거든요.

저는 사투리에 대한 고민들을 털어놨습니다. 수도권으로 올라오니 다 서울말을 써서 사투리 억양을 가진 저는 말 할 때마다 너무 튀는 거 같고, 또 제가 말 할 때 사람들이 비웃는 것만 같다고, 그래서 말도 잘 안 하게 되고 고치려 해도 잘 안 고쳐져서 고민이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선배가 웃으며 이렇게 얘기했었습니다.

‘난 사투리 되게 좋던데. 우리 아버지가 부산 출신이시거든. 그래서 사투리만 들으면 아버지 생각이 나서 반가워. 그리고 다들 비웃는 게 아니라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걸 거야. 남들 사이에서 독특하게 튈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이야.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도 크거든. 그러니 민창이 니가 굳이 사투리를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칠 필요 없을 거 같아. 너의 엄청난 매력이야.’    

그 때 사수의 말 한 마디가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사투리가 저의 큰 약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련되지 못하고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그건 저의 생각에 불과했었고, 사람들 사이에서 독특하게 튀고, 누군가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알게 됐어요.

그렇게 생각이 바뀌니, 더 이상 사투리를 쓰는 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투리를 씀으로써 다양한 사람들과 더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세상의 어떤 것이든 모두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단점을 들면서 이게 걱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결정을 잘 못해서 걱정이라고 하고, 소심해서 걱정이라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결정을 잘 못하는 성격은 반대로 그만큼 신중하다는 장점이 있고, 소심한 성격은 상황을 자세히 관찰하고 세심한 걸 챙기는 장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것을 완전히 없애거나 바꿔버리는 것보다, 그 이면에 있는 숨겨진 다른 모습들을 빛내줄 기회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그런 다양한 기회를 찾으며 여러분 스스로를 더 아끼고 존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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