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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Feb 26. 2020

남자친구의 스킨십 요구를 거절하기도 이젠 지칩니다.

너 왜 하기 싫다고 말 안했어?

친한 여동생이 제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고민의 내용은 남자친구가 스킨십을 원하는데 본인은 정작 준비가 되지 않아 거절을 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스킨십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로 간절하다면 계속 거절하기도 힘들고, 본인도 남자친구를 좋아하기에 스킨십 요구에 응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동생이 안타까웠습니다. 실상 연애에서 이런 경우가 꽤나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성교육 프로그램이나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아무리 연인관계라고 할지라도 상대방의 스킨십 요구에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해결책이 있음에도 왜 이게 많은 문제가 되냐면, 실제로는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스킨십 요구를 거절할 때 내가 좋아하는 상대방이 무안함과 민망함을 느낄까봐, 그리고 본인의 신념을 고수하면서까지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고 상대방과 다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깐의 불쾌함을 참는 것보다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내가 참아도 괜찮겠지. 큰 일 아니잖아. 남자친구인데.’라며 어쩔 수 없이 원치 않는 스킨십에 응낙합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 잘못된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사람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 내가 하고 싶지 않고 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스킨십을 원하면 그렇게 해야 되는 거라고 받아들일 수가 있어요.


‘너 왜 하기 싫다고 말 안했어.’라고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왜 말을 못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을 하지 않았다고 모든 책임을 여자에게 전가하는 건 굉장히 미성숙한 행동입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직은 하고 싶지 않아.’라는 의사를 표정과 행동으로 이미 많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설령 ‘하고 싶지 않다.’라고 거절을 한다고 해도, 굴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는 남자분들이 있습니다. 여성분은 그 거절을 하기 위해 정말 힘들게 용기를 냈을 텐데 그 거절의 무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요구한다면, 여성분도 상대방을 좋아하기에 더 이상 거절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말 여자친구를 사랑한다면, 남성분들은 단순히 자신의 욕구를 우선시하기보다, 여자친구의 진짜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세심함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본인의 욕구를 참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연애에 있어 스킨십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단순히 스킨십을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스킨십으로 고민하는 여성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의 연애가 마지막 연애인 것처럼 목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맞추며 연애를 하게 되면 스스로를 잃습니다. ‘헤어지기 무서워서,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라는 말들은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더라도 내 신념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면 헤어질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해야, 자유롭고 주체적인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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