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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Apr 03. 2020

무엇보다 본인이 소중합니다.

천천히 일어나세요. 괜찮아요.

강남역 거리에서 뜨거운 커피를 들고 가다 바닥에 발이 걸려 크게 넘어진 적이 있습니다. 

무릎부터 바닥에 찧었고, 뜨거운 커피가 손과 얼굴에 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거나 뜨겁다는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부끄럽다’라는 감정에 이끌려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났습니다.


뜨겁던 커피가 식어 피부에 눌러 붙어 찐득한 불쾌함을 줄 때 즈음이었을까요, 한참을 걸어 화장실에 들어가니 그때서야 베이지색 긴 바지 무릎 부분이 피로 얼룩져 있는 게 보였고, 무릎이 많이 아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혹시 크게 다쳤을까봐 걱정이 돼서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었습니다. 그 후에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다행히 별 문제는 없으신데, 앞으로 그렇게 크게 넘어졌을 때는 바로 일어나려고 하지 마시고 천천히 일어나시면서 최대한 움직임을 줄이셔야 됩니다. 손상된 상태에서 많이 움직이면 손상된 부위가 더 나빠지기 쉽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살면서 마음이 아프고 힘든 상황에서도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서 아프고 힘든 나를 돌볼 충분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줄 새도 없이,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털고 일어나지 않았나 하구요. 누군가에게 제가 지금 마음이 불편한데 도와달라고 손 내밀며 도움을 청했을 수도 있는데,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엄격해서 마음을 옥죄지는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끄러움보다는 무릎 상태와 몸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기다렸으면 될 걸. 왜 그 안 좋은 다리로 그 장소를 빨리 빠져나가는 데에만 급급했을까.


인간관계에서도 쪽팔림과 부끄러움 때문에 정작 마음의 소리를 간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는 그게 괜찮은 처방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아파오고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부끄러움과 쪽팔림에 신경 쓰기보다 본인의 마음부터 도닥여주고 챙겨주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얘기하세요. 그리고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상처를 치료한 뒤, 예전의 본인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어주세요. 괜찮다고. 혼자 이겨내지 않아도 된다고. 천천히 일어나도 된다고. 아니면 내가 손 잡아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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