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가 마음에 보석처럼 박혔다.
약속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제 맞은편에는 누가봐도 행복해보이는 커플이 앉아있었습니다. 마스크를 꼈지만 서로의 눈에서 꿀이 떨어졌고, 맞잡은 손을 놓지 않더군요.
그 때였습니다. 커플 중 남자의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아저씨가 계속 꾸벅꾸벅 졸며 남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셨습니다. 남자는 아저씨가 많이 피곤했나보다라는 표정으로 아저씨에게 어깨를 빌려주더군요.
그러다 다음역에 사람들이 많이 빠졌고, 대부분이 선호하는 맨 끝자리가 비었습니다. 여자가 그 자리로 옮기자고 남자에게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 때 남자의 어깨에는 아저씨의 고개가 기대어져 있었습니다. 남자가 자리를 옮기면 아저씨의 고개가 고꾸라지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죠.
그 때 남자는 여자에게 이 분이 지금 어깨에 기대고 계셔서 조금만 더 있다 옮기자라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러자 여자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려주더군요.
여자친구도 아닌데 어깨를 오래 대여해서 미안했던 걸까요, 아저씨는 잠이 깼고 그 때 그 커플은 끝자리로 조용히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커플을 보며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습니다.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배려와 여유를 제공해준 남자와, 좋은 자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남자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준 여자.
몇 분 뒤에 그들은 역에서 내렸습니다. 손을 꼭 잡고 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몇 초간 바라봤습니다. 그 커플이 그 날 베풀었던 작은 배려가 보석처럼 마음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