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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y 03. 2020

미스터트롯을 보며 느낀 장윤정이 잘 되는 이유

김호중을 심사하며..



최근에 미스터 트롯이라는 프로를 재방송으로 챙겨보고 있습니다. 챙겨본지는 얼마 안됐지만 제가 생각했던 트로트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많이 깨지는 프로그램이라 상당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 김호중이라는 가수가 노래를 정말 울림 있게 잘 하더군요. 그런데 본선 3차 팀미션에서 김호중은 팀의 운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에 이전 공연과 달리 굉장히 많이 떨었습니다. 그 결과 음정과 박자가 조금 흔들렸고,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때 장윤정이 김호중의 공연에 대한 평가를 했는데요,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윤정은 ‘지금까지 공연은 걱정 안하고 봤는데, 이번 공연은 너무 불안했고 긴장하며 봤어요.’라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김호중씨가 너무 괴물 같았어요. 하지만 오늘은 인간 김호중, 그리고 김호중씨가 대단히 노력파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라고 하며 김호중의 능력,재능보다는 그의 노력을 높게 샀습니다.


이어서, ‘책임감이 투철해, 팀미션에 신경을 많이 쓰시느라 개인시간이 현저히 부족해서 자연스럽게 긴장한 것 같지만, 저는 노래 마지막 세 글자에서 호중씨가 보여줄 건 다 보여준 거 같아요. 주눅 들지 마세요. 너무 잘했어요.’ 라고 하며 박수를 쳐줍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했다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하기보다, 간접적으로 그의 노력을 높게 샀고, 마지막에 구체적인 ‘3단어’를 언급하며 그를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응원을 불어넣어주며 박수를 쳤죠.


김호중도 자신이 이전 무대와 달리 많이 떨었고, 음정과 박자가 엇나갔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당연히 그러고 싶지도 않았겠죠. 장윤정은 그런 김호중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 거고, 또 그가 자신감만 가지면 예전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걸 확신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의 불안함을 지적하기보다는, 그가 잘했던 부분을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또 그가 다음 공연에 더 잘 할 수 있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정말 최고의 심사평이었지 않나 생각됐습니다.



장윤정 본인도 분명 많은 고생과 경험을 했겠죠. 그리고 그 고생을 극복했던 경험을 토대로 김호중에게 정말 진실된 얘기를 따뜻하게 해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습니다. 단 몇 마디 문장으로도, 긴장되고 경직되어 있었던 관객석 분위기를 바꿔놓았고, 김호중에게도 큰 위안을 주었습니다.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날카로운 지적도 필요하지만, 이미 자신이 잘못했고, 그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라면 날카로운 송곳보단, 그의 잘못에 집중하기보다 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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