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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May 16. 2020

유재석이 국민 MC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사소한 배려

2013 MBC 방송 연예 대상을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MC는 유재석과 선미.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준비했던 것들을 하지 못 하고 빨리 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재석은 선미에게 다음 순서를 부탁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순간적으로 당황한 선미는 약 3초 정도 머뭇거립니다. 

그러자 유재석 씨는 선미씨를 본 뒤, ‘네. 남자부분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웃으며 본인이 ‘그렇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말하죠.

그 다음은 ‘후보를 볼까요? 그게 좋겠죠?’라며 웃으며 얘기합니다.

긴장이 풀린 선미도, 잠시 긴장하고 있던 청중들도 다 함께 긴장을 풀고 웃었습니다.


이 센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유재석이 시계를 가르키며, ‘24시간이 모자라서’라고 얘기를 해요.

긴장된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환한 웃음꽃이 폈습니다.

선미의 실수가 더 부각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미를 배려해주고 정말 참신한 애드립을 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렸죠. 괜히 국민 MC, 만인의 멘토라 불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재석이 3초 정도를 기다려준 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3초는 어떻게 보면 작은 배려입니다.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곧잘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3초 정도는 배려해줄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유재석은 그 찰나에 선미가 굉장히 당황했다는 것을 간파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어떻게 하면 이 긴장된 분위기를 풀고 또 더 편하고 재밌게 진행을 해야 될지를 직감적으로 알았을 겁니다.


상대방이 실수를 했다고 해서 표정이 굳거나 그 실수를 힐난하지 않고, 그 짧은 순간 모든 공기를 바꿔버린 유재석의 배려와 센스는 정말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빛났습니다. 


긴장되고 촉박한 순간에서 누군가를 재촉하거나 꾸물거린다고 화를 냈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 상황에서 상대방이 느꼈을 압박감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말입니다. 저에게도 누군가를 기다려줄 여유, 그리고 배려 있게 그 사람의 상황을 헤아려주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재석은 본인이 굳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그를 드러내줍니다. 그가 베푼 배려의 씨앗이 든든한 나무들로 성장한 덕이겠죠. 저도 누군가에게 작은 배려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씨앗들이 나무로 성장했을 때, 함께 편안한 숲을 이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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