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갈등에서 나는 어떤 걸 느끼는가.
최근에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와 만났습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게 만든 다툼의 이유는 사소한데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지 않았던 사소함들이 쌓였습니다.
헬륨이 꽉 찬 풍선처럼 바늘로 살짝 톡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그런 위태함 속에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처음엔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별 거 아닌 걸로 그렇게 화를 내고 연락을 계속해서 안 받는 친구가 정말 미워지더군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억울함'을 입증 받고 싶었습니다.
꽤 많은 친구들이 '그래, 그건 아니지. 내가 봤을 때 니가 잘못한 건 없는 거 같은데?'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 후련해졌어요.
그런데 그 때뿐이었습니다. 어지러운 감정들이 계속해서 생겨났고, 누군가에게 친구와 저의 관계를 얘기하면 할수록 공허해지고 두려워지더군요.
그 때 제 자신에게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질문을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객관적으로 내가 잘못한 거 없네.'라는 주변인들의 인정보다는 그 친구와의 관계 개선이라는 걸요.
가짜 감정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보통 화가 나면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낱낱이 분석해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내가 얼마나 억울한지에 집중하며 화를 증폭시킨다.
이렇게 상대방에게 내 화에 대한 책임을 미루면 상대방과의 갈등은 피할 수가 없고, 이런 갈등으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이 새로 발생한다.'
저도 항상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고,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제 기준에서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내 감정을 찬찬히 돌아보고 대화로 풀기보다 더욱 크게 화를 냈어요.
그리고 그게 기준을 넘은 사람이 응당 받아야하는 대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화의 원인을 제공했다 하더라도, 결국 화를 내는 건 저 자신이고, 화를 낸다면 스스로에게만 손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생각을 한 후 며칠 뒤, 거짓말처럼 친구에게 연락이 왔고 조금 어색하지만 만나서 그간의 쌓였던 감정을 조금씩 녹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남의 잘잘못 따지는 행위나 뒷담하는 행위는 할 때만 좋지, 뒤돌아서면 공허하고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듭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의 잘못이 누구에게 더 큰 지를 따지기보다는 그 갈등에서 본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