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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4. 2018

데미안

악마 크로머와 데미안의 등장

더 이상 싱클레어는 부모님이 속해있는 따뜻한 세상에 속하지 못합니다. 그 날 내내 악몽을 꾸고, 급기야 토하기까지 합니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싱클레어는 너무나도 힘들어합니다. 그리고 그는 2마르크라는 돈을 마련하지는 못하지만, 빈 손보다는 조금이라도 들고 가는 것이 크로머를 덜 화나게 하는 일임을 자연스레 깨닫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빈 손은 예의가 아니었나봐요.(웃음)


그리고 처음으로 싱클레어는 도둑질을 합니다. 어머니 방에 있는 저금통을 깨뜨려 그 안에 있는 돈을 꺼낸거죠. 여러분들은 어린 시절 도둑질을 해본 적이 있나요? 전 있습니다. 오락실 갈 돈이 부족해서 할머니가 장판 밑에 숨겨 둔 비상금을 1000원씩 슬쩍 슬쩍 했었어요. 얼마나 땀이 나고 떨리던지. 이 부분에서 싱클레어의 

심정이 너무 공감이 갔습니다. 


65페니히. 그가 가진 돈의 전부였죠. 1마르크 35페니히를 마련하지 못했지만, 프란츠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줍니다. 모레 휘파람을 불면 오후에 돈을 가져오라고 얘기하지요.


이 휘파람은 싱클레어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합니다. 싱클레어가 무의식적으로 선하고 착한 부모님의 세계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면 불현듯 불어와, 싱클레어가 여전히 나쁘고 추한 세계에 있다는 걸 각인시켜주는 역할을 하죠.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악마'라고 까지 표현합니다.

그래도 아직 싱클레어가 선한 친구라는 게 느껴집니다. 저 같으면 더 심한 말을 했을 거 같아요.(웃음)


돈을 마련하지 못하는 그를 크로머는 매번 괴롭힙니다. 아버지의 심부름을 시키거나 쓸데없는 행동을 하게 하죠. 싱클레어는 매번 악몽에 시달립니다. 가족들이 물어봐도 싱클레어는 대답하지 않습니다.

'우리 집안의 정돈된 평화의 한가운데서 나는 소심하게, 그리고 고통받으며 유령처럼 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데, 그 때 당시 이 사건은 싱클레어를 옥죄었고 그는 빠져나올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악의 구렁텅이로 계속해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뜻밖의 구원투수가 등장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인물입니다. 막스 데미안.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는 나보다 한 학년 높았으며 나이도 몇 살 더 들었지만, 곧 모든 학생들처럼 나도 그를 주목했다. 이 이상한 학생은 보기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든 것 같았고, 그 누구에게도 소년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았다. 어른처럼, 아니 그냥 어른이라기보다는 신사처럼 낯설고도 성숙하게 우리 유치한 소년들 사이를 오갔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 자동적으로 끌리는 시선을 붙잡지 못합니다. 그리고 데미안은 하굣길에 싱클레어에게 접근합니다. 수업 시간에 나오는 카인의 이야기를 하며 싱클레어의 흥미를 끌어요. 보통 사람들은 책에 있는 지식이나 선생님의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만, 데미안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 개념을 해석하죠. 싱클레어는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워집니다. 자신이 당연하듯이 받아들인 개념들이 다시금 재정립되기 시작한거죠.

'이런 생각을 나는 끝없이 했다. 돌 하나가 우물 안에 던져졌고, 그 우물은 나의 젊은 영혼이었던 것이다.'


싱클레어는 크로머만 나오던 악몽이 아니라 데미안이 나오는 꿈도 꾸게 됩니다.

이 꿈도 두 세계로 나뉘죠. 크로머는 폭력, 데미안은 기쁨으로요.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그쯤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빌렸던 2마르크를 다 갚습니다. 성실납부자에요.

근데 악당이 순순히 놔주던가요? 아니죠. 도둑질을 했던 걸로 또 협박하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친누나를 데려오라고 합니다. 가족을 건드리다니 용서받지 못할 놈이죠. 이런 악마.


또 다른 고통과 절망이 싱클레어의 전신을 휘감습니다. 그런데 그 때 데미안이 그에게 등장합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3편에 이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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