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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4. 2018

사랑이라는 마법

사랑의 역사

몇 달 전, 고속도로가 막혀있을 때 1차선에서 정속주행하는 차를 보며 ‘뭐 저렇게 느려’라고 속으로 욕을 하며 추월했다.
몇 분 뒤,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던 차가 내 차 후미에 붙어 압박을 했다.
2차선으로 비켜주며 생각했다. ‘쟤는 운전하는 거 보니까 사고나겠다. 되게 위험하게 하네.’

우리는 보통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엄격하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랑의 역사’에서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희한한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에 빠진 인간은 자신에게는 냉정할 정도로 객관적이게 되고, 타인에게는 너무나 너그럽게 주관적이 된다는 것


나를 사랑에 빠뜨린 사람은 옷차림은 물론이고 걸음걸이나 작은 몸집하나도 그렇게 완벽해보일 수 없다. 그에 비해 내 옷은 촌스럽고 오늘따라 피부는 엉망이고 얼굴은 살이 쪄서 못생겨보인다. 어디 하나 단점이 아닌 데가 없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장점뿐인 인간도, 단점뿐인 인간도 없다.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움터오면 상대는 장점뿐인 완벽한 사람처럼, 나는 단점뿐인 초라한 사람처럼 보인다.

키에르케고르는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사랑은 많은 죄를 덮어준다. 왜냐하면 사랑은 죄가 나타나는 것을 막고, 죄가 탄생하는 순간에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의 단점이나 결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실제로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사랑이 단점이나 결점이 나타나는 것을 막고 죄가 탄생하는 순간에 질식시키기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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