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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3. 2018

데미안

싱클레어의 고뇌

안녕하세요. 권민창입니다. 당분간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데미안입니다.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도 유명하죠. 전 이 책을 읽으며 굉장히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요, 제 나름대로 조금 쉽게 책을 해석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열 살 때부터 청년이 되기까지 내면의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이에요. 그런데 왜 제목이 데미안일까요? 지금 안 가르쳐 드릴거에요.(웃음) 차근차근 알아가보도록 하죠. 책은 싱클레어가 두 세계를 인지하는 데부터 시작합니다.

여기서 얘기하는 두 세계는 선과 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세계는 부모님이에요. 엄격함, 모범, 자애, 맑음, 깨끗함이구요,

한 세계는 하녀들과 직공들입니다. 유혹, 두려움, 살인, 자살입니다.


싱클레어는 이 경계가 닿아있는 것에 굉장히 기이함을 느낍니다.

부모님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자애롭고 밝은 하녀가, 부엌이나 장작을 쌓아둔 광에서는 딴 사람이 되는거죠. 싱클레어 본인도 자신이 그렇다고 느낍니다. 아래 구절에서도 나오죠.    


‘물론, 나는 밝고 올바른 세계에 속했다. 나는 내 부모님의 자식이었다. 그러나 내가 눈과 귀를 향하는 곳 어디에나 다른 것이 있었다. 나는 다른 것들 속에서도 살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내게는 자주 낯설고 무시무시했고, 그곳에서는 규칙적으로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얻을지라도. 심지어 한동안 내가 가장 살고 싶어한 곳은 금지된 세계 안이었다.’    


어때요? 어린 시절이 생각나지 않나요?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지만,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소소한 일탈을 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더더욱 큰 일탈을 하게 됐던. 결국 걸려서 눈물 콧물 다 빠지도록 혼이 났지만요.(웃음)


싱클레어가 이런 생각을 하며 학교를 다닐 때 큰 위기가 닥칩니다. 바로 프란츠 크로머라는 악동이 접근하는데요. 크로머는 아이들을 시켜 다리 옆 강가로 내려가 쓰레기 뭉치를 뒤지게 하고 쓸만한 걸 자신에게 바치게 합니다. 크로머는 명령하고 아이들은 복종하죠. 그렇게 쓰레기 뭉치를 뒤지는 일이 끝나고 크로머는 아이들을 앉히고 자신의 영웅담을 떠벌립니다. 그런데 싱클레어는 자신의 말없음이 행여 크로머의 시선을 끌지 않을까 걱정해요. 라틴어 학교 학생에 좋은 집안의 자식인 싱클레어를 크로머가 좋아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싱클레어가 택한 방법은 침묵이 아니라 허풍이었습니다. 막 허풍을 떨어요. 친구 하나와 최고급 품종의 사과를 훔쳤는데 자루가 어찌나 무거웠던지 반을 두고 왔다가 반 시간 뒤에 그것도 마져 갖고 왔다. 이런 거짓말이요. 학생때 생각해보면 저도 그랬던 거 같아요. 더 잘 나고 싶고, 주목 받고 싶으니까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꾸며내는 거죠. 그런데 크로머는 귀신같이 싱클레어의 약점을 잡습니다. 진짜 있었던 일이냐고 추궁하고, 싱클레어의 부모님에게 그 사실을 말하겠다고 협박합니다. 2마르크. 크로머가 침묵의 댓가로 요구한 액수였어요. 2마르크는 그 당시 궁핍했던 배경을 생각하면 지금 돈으로 약 23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너무하지 않습니까? 10살짜리 애한테 23만원을 요구하다니, 이래서 악역인가 봅니다(웃음).


싱클레어는 너무나도 간절해지죠. 돈이 어딨어요. 저금통을 뜯어봐야 기껏해야 몇 천원일텐데요. 크로머는 무서운 얼굴로 내일 학교 끝나고까지 돈을 안 가져오면 부모님께 다 얘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요. 싱클레어는 완전 멘붕이 옵니다. 집, 즉 부모님의 밝은 세계는 더 이상 싱클레어의 것이 아니게 돼요. 자신은 모험과 죄악에 얽혀들어 죄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는거에요. 지나고보면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 때 당시 싱클레어가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었겠죠.


싱클레어는 어떻게 될까요? 2편에 적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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