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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l 13. 2018

친구

친구의 기준은?

나이가 들수록 친구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오래 알고 지내도 내가 저 사람을 친구라 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중고등학교때 학력부에 가장 친한 친구 3명을 적던 란이 있었다.


그럼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한다. 이 친구는 내가 다쳤을 때 집까지 데려다줬으니 적고, 이 친구는 잘 맞진 않지만 알아온 시간이 기니 적고.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 난 그 때 내 학력부에 적혔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진정한 친구가 평생 3명이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우정이라는 둥, 중고등학교때 만난 친구는 평생 가는 친구고, 대학교때 만난 친구는 이해관계라는 둥. 우정은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중에 하나겠지만 우정을 너무 신봉할 필요도 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내 제일 친한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도 있고, 만난지 일년이 갓 넘은 친구도 있다.
누가 더 즐겁고 말이 잘 통하는가의 문제도 크다.
함께 쌓아온 세월은 당연히 고등학교 동창들이 길지만
정작 모임에 가면 할 얘기가 별로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것과 그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이
다르니까.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야, 최근에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봤냐?’

‘어, 뭐라고? 게이?’


함께 있으면 반갑지만 5분 있으면 할 얘기가 없다.
물론 그 친구들은 나에게 정말 소중하지만.

반면에 한 두 번 봐도 화제가 끊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독서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생각하는 것이 비슷하니까 책 얘기나 인생에 대한 얘기를 끊임 없이 하게 된다. 우리는 보통 친구라고 하면 오래될수록 좋은 것, 불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엔 그 생각 자체가 불변하는 것 같다.


매번 보던 동창들도 졸업하게 되면 1년에 1-2번 밖에 못 보는데, 그 친구들을 절대 변하지 않을 존재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건 지나친 판타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의 개념은 정확히 정의내릴 순 없지만,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가 좋은 사람이 좋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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