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민창 Jul 12. 201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사랑의 경이로움

‘민창씨는 감정이 없는 거 같아요. 차라리 불 같거나 차가웠으면 좋겠는데. 그냥 기계 같아요.’

몇 년 전,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났던 분이 나에게 울면서 얘기했었다. 심지어 그 상황에서 그녀를 안아주기는 커녕, ‘어떤 부분이 그렇게 느껴졌어요?’라고 반문했으니 난 연인으로서는 완전 열등생이었다. 그 후로 없으면 안 될 거 같은 사람과 사랑하며 연애가 이런 거구나 조금은 알게 됐지만.(웃음)

그래서인지 더욱 이 책의 주인공 토마시에게 공감이 갔다. 잘 나가는 의사 토마시는 여자 관계에 있어 3의 법칙(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한 여자를 만날 수는 있지만 세 번 이상은 안된다.
혹은 수년 동안 한 여자를 만날 수 있지만 적어도 삼 주 이상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
이 법칙 때문에 토마시는 고정 애인들과 결별하지 않으면서도 수많은 하루살이 애인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었다.

에로틱한 우정(이라고 적고 섹스라고 읽는다.)을 하던 토마시는 보헤미아 섬으로 왕진을 갔다 어느 허름한 술집에서 테레사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10년 넘게 지켜왔던 불문율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섹스 후 절대 동침하지 않던 그는,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만 잠들 수 있는 테레사를 위해 함께 있어주고, 결혼 후 그의 바람기에 지쳐버린 테레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취리히에서 다시 프라하로 돌아간다.

테레사와 잠깐 떨어져있는 이틀 동안 토마시는 해방감, 즉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느낀다. 하지만 이틀 후 미친듯 테레자가 그리워졌고, 누가 봐도 어리석고 무모한 선택을 해버린다.

가벼움의 반대말은 무거움이라면, 가벼움을 감당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무거움도 짊어져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대단하다. 아니, 대단하다 못해 경이롭다.


작가의 이전글 아픔이 길이 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