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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n 10. 2020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데 걸린 시간

인생의 금자탑을 쌓자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데 걸린 시간


초등학교 1학년,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 그나마 제일 저렴하고 가까이 있었던 피아노 학원에 다녔다. 1년을 배워도 내 실력은 늘지 않았고, 1년 뒤에 배운 친구가 3개월 만에 내 진도를 따라잡았다. 총 3년을 배웠다. 그런데 난 지금 피아노를 3초도 치지 못한다.  


중학교 2학년, 처음 농구를 시작할 때 어떤 친구가 갑자기 점프를 하더니 림을 잡았다. 그 친구도 나처럼 처음 농구를 접하는 친구였다. 그러나 타고난 신체나 기본적인 운동신경 자체가 굉장히 좋았고, 나보다 훨씬 더 빨리 농구에 익숙해졌다. 3개월이 지나자 그 친구는 탁월한 점프력을 인정받아, 인근 중학교에서 알아주는 센터가 됐다. 반면 나는 그냥 농구 좋아하는 뚱뚱하고 땀 많이 흘리는 애. F=ma 법칙에 의거 무게가 많이 나가 자연스레 힘은 좋을 수밖에 없는데 그거 밖에 없는 애. 


21살, 처음 춤을 배울 때 다짜고짜 학원에 등록했다. 업다운을 열심히 하고 땀을 흘렸다. 뭔가 열심히 춤을 춘 것만 같았다. 그렇게 6개월을 열심히 했다. 그 이후에 들어온 친구는 춤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 선이 달랐다. 3개월만에 공연에 나갔다. 나는 그냥 열심히만 했다.


앞선 세 개의 사례를 통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재능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고 살면서도, 재능에 대한 집착을 놓지 못했다. 무언가 새로이 시작하는 걸 즐겨 하는 이유도, ‘어쩌면 나에게 이 분야에 대한 재능이 있지 않을까?’라는 묘한 동경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언가 새로운 걸 할 때도 이런 질문들을 많이 했었다. ‘처음 하는 거 치곤 괜찮나요?’ 그 때마다 가르쳐주시는 분들은 웃으며 ‘네네. 괜찮은 편이세요.’라고 애기를 했었고 나는 그 얘기를 곧이곧대로 믿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정말 재능이 있거나 괜찮은 사람들은 굳이 본인이 물어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빛난다는 것을.


지금 돌아보면 그런 기대감들이 내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별 거 아닌 거에도 집착하게 되고, 누군가가 ‘오, 너 처음치고 잘하는데?’라는 말을 하면, 재미없는 것도 괜히 재미있어졌고. 


우연히 친구에게 ‘넌 내 어디가 맘에 들어서 친구 하냐?’라고 물어봤다. 그러자 그 친구가 이렇게 얘기했다. ‘넌 존내 열심히 살잖아.’ 그 얘기를 듣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타고난 게 없지만, 매일 매일 노력하며 살아가는 일상,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을 세심하게 봐주는 친구. 그래. 타고난 게 없으면 어때. 난 존내 열심히 사는데. 하나를 꾸준하게 하는 것도 큰 능력이니까. 


내가 한 분야에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었으면 아마 삶에 대한 태도도 이렇게 열심이지 않았을 거 같다. 집이 잘 살았다면, 이렇게 발전적으로 치열하게 살지도 않았겠지.

결국 내가 ~ 때문에 라고 생각했던 것들 덕분에 조금씩 천천히 인생의 금자탑을 쌓아간다.


 오늘도 눈에 띄지 않지만 천천히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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