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다른 의미.
문득, A라는 친구가 보고 싶어서 연락을 했습니다. A는 자주 보지 않아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통화보다는 카톡을 선호하지만, 유독 그 친구에게 연락할 때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게 됩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 친구의 따뜻한 목소리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하니 ‘어, 민창아. 잘 지내?’라며 반가운 목소리로 반겨줍니다.
‘잘 사냐? 자주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첫 마디를 꺼내자 그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에이, 뭘. 너 바쁘게 사는 거 다 보고 있다. 나도 너 보면서 동기부여 많이 받아. 최근에 헬스도 끊었어. 이렇게 바쁜데 시간 내서 잊지 않고 연락해줘서 정말 고맙다. 준비하는 거 있던데 그거 끝나면 오래 보자.’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습니다. 마지막 연락도 제가 ‘시간 되면 보자.’라며 흔한 인사치레로 마무리해서 속상하거나 실망할 법도 한데, 그런 티도 전혀 안 내고 오히려 연락을 줘서 고맙다고 얘기를 해주니 제가 더 고마웠어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끊고 제 삶을 돌아봤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가 연락을 해야지만 연락이 올 때 서운함을 많이 느꼈었고, 그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고 싶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연락을 하는 게 맞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자주 하는데, 넌 왜 이만큼 안 해줘?’라는 계산적인 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제가 그럴수록 상대방은 그만큼의 여유가 없으니 부담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점점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그 관계는 좋지 않게 막을 내렸던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애쓰고 서운함을 표한다고, 그 사람이 대번에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을 느낄 확률이 더 커요. 그럴 땐 상대방의 마음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도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우연히 먼저 연락이 온다면, ‘지금까지 왜 연락 안했어?’라며 서운함을 표출하기보다,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 내서 연락 줘서 고마워.’라며 마음을 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시간과 마음을 존중해주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