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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n 21. 2020

바쁜데 시간 내서 잊지 않고 연락줘서 고마워.

같은 말, 다른 의미.

문득, A라는 친구가 보고 싶어서 연락을 했습니다. A는 자주 보지 않아도,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통화보다는 카톡을 선호하지만, 유독 그 친구에게 연락할 때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게 됩니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 친구의 따뜻한 목소리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화를 하니 ‘어, 민창아. 잘 지내?’라며 반가운 목소리로 반겨줍니다.

‘잘 사냐? 자주 연락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첫 마디를 꺼내자 그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에이, 뭘. 너 바쁘게 사는 거 다 보고 있다. 나도 너 보면서 동기부여 많이 받아. 최근에 헬스도 끊었어. 이렇게 바쁜데 시간 내서 잊지 않고 연락해줘서 정말 고맙다. 준비하는 거 있던데 그거 끝나면 오래 보자.’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졌습니다. 마지막 연락도 제가 ‘시간 되면 보자.’라며 흔한 인사치레로 마무리해서 속상하거나 실망할 법도 한데, 그런 티도 전혀 안 내고 오히려 연락을 줘서 고맙다고 얘기를 해주니 제가 더 고마웠어요.


그 친구와 통화를 끊고 제 삶을 돌아봤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가 연락을 해야지만 연락이 올 때 서운함을 많이 느꼈었고, 그 서운함을 그대로 드러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보고 싶고, 마음이 있는 사람이 연락을 하는 게 맞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자주 하는데, 넌 왜 이만큼 안 해줘?’라는 계산적인 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제가 그럴수록 상대방은 그만큼의 여유가 없으니 부담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점점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그 관계는 좋지 않게 막을 내렸던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내가 애쓰고 서운함을 표한다고, 그 사람이 대번에 변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을 느낄 확률이 더 커요. 그럴 땐 상대방의 마음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한 거 같아요.


저도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우연히 먼저 연락이 온다면, ‘지금까지 왜 연락 안했어?’라며 서운함을 표출하기보다, ‘바쁠 텐데 이렇게 시간 내서 연락 줘서 고마워.’라며 마음을 내준 데 대한 감사를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렇게 서로의 시간과 마음을 존중해주고, 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과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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