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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창 Jun 24. 2020

행복을 미래로 미뤄두지 마세요.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에요.

행복을 미래로 미뤄놓고 살던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주변 사람의 기대에 맞춰서 이상적인 미래의 제 모습을 설정해놓고 매일 매일 치열하게 살았었죠. 뭐 그런 기준들 있잖아요. 안정적인 직장, 그럴듯한 스펙 같은 것들.


목표는 차근차근 계획대로 이루어졌는데 이상하게 제가 생각했던 목표들을 이뤘다고 결코 행복해지지는 않았어요. 또 다른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여전히 그 때 제 감정과 상태를 되돌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만 나아갔습니다. 


불안했거든요. 뭔가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거 같아서요.

그러다 2019년 초 즈음, 강연이 끝나고 청중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묻더라고요.

 

‘작가님은 젊은 나이에 안정적인 직업도 있으시고, 거기다 책도 쓰셨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다 이루시며 나아가고 계신데 정말 행복하실 거 같아요. 매일 매일 어떤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으시는 편인가요?’


나름대로 까다로운 질문들도 거침없이 대답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을 받는 순간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땀이 나고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뭐라고 얘기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요. 겨우 겨우 넘어갔던 거 같은데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그 질문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나는 어떤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는 걸까?’ ‘지금 행복하기는 한 걸까?’


공교롭게 그 날 저녁 엄청 많이 아팠어요. 그래서 휴가를 쓰고 한 3일 정도 아무 것도 안 하고 쉬었어요. 처음에는 불안했죠. 휴가때 강의 들으러 가야되는데, 책 읽어야 되는데 하면서요. 그런데 몸이 너무 아파서 뭘 하지 못하니까 꼼짝 없이 강제휴식을 취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러면서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몸이 좀 나아졌을 때 집 앞 근처 공원에 나갔어요. 그때 안 보이던 것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단란한 가족들, 그리고 선선한 바람과 이쁘게 조성된 공원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있는데 참 좋더군요.


그 순간 주머니에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어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켜보니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가 ‘민창아, 잘 지내냐?’하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오랜만에 각자의 안부를 묻고, 예전에 함께 있었던 일들을 나누며 웃었습니다.


친구와 연락을 마무리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하루의 사소함을 지나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후로 행복을 미래로 미뤄두기보다는, 순간의 사소함들 속에 행복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러니 인생이 훨씬 더 행복해지고 풍요로워지더라고요.


뭔가 행복이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오랜만에 온 반가운 친구의 연락, 매일 아침 출근 전 마시는 달달한 바닐라 라떼, 퇴근 후 보는 미세 먼지 없는 청정한 하늘 같은 것들이요. 어떻게 보면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 굉장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잖아요.


더 이상 남들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것들을 좇으며 제 행복을 미뤄두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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