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사실 좀 어렵다.
뭐랄까, 외면도 내면도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라고 얘기하면 너무 양심 없어 보이고
내가 추구하는 외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면 그것도 너무 까다로워보이고,
그렇다고 외면에 대한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너무 솔직하지 않아 보이니까.
그래서 어쨌든, 적당히 솔직해지자면 나는 외면적으로는 슬림한 사람이 좋고, 균형 잡힌 사람이 좋다. 내가 덩치가 좀 있어서 그런지 반대에게 끌리는 거 같고,
균형 잡힌 사람이라함은 자신의 업이 있으면서, 자기 관리도 잘 하는 그런 밸런스 있는 사람.
때로는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네 하고 넘어갈 수 있고, 데이트 30분 전에 메뉴를 급하게 바꿔도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 괜찮아.’라며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무난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애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내가 생각했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들보다는 이상형과 반대의 사람들에게도 끌린 경우가 많다.
그냥 있을 땐 전혀 몰랐는데, 내 실없는 농담에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보였다거나, 영화관에서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데 몸을 들썩거리며 운다거나, 내가 예전에 했던 사소한 행동과 말을 기억해 무심하게 감동을 주는 경우.
사람일은 참 모르는 거다.
커피는 손 떨린다고 못 마시던 사람이 살다보면 커피집을 운영하기도 하고, 자기는 덩치 큰 남자 아니면 남자로 안 보인다던 동생이 오랜만에 데려온 남자친구가 동생보다 바지사이즈가 작아보였던 적, 동종업계 종사자는 절대 안 만날 거라던 친구가 2년 뒤 쑥스럽게 청첩장을 건네주며 ‘회사에서 만났어’라고 하는 게 바로 인생의 아이러니이자 흥미로운 점이다.
인생을 살다보니 ‘난 이런 사람이 좋아. 이런 사람 아니면 안 끌려.’라는 이상형의 기준은 말 그대로 본인이 생각한 이상에 가깝더라. 실제로 봤을 때 사진이나 영상에 담기지 않는 품격을 발산하는 사람, 대화를 나눴을 때 갓 나온 빵처럼 달콤한 풍미를 뿜어내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스며들게 되더라.
객관적으로 나에게 완벽한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다. 어느 하나는 분명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사랑이란 건 그 사람의 단점을 끄집어내 후벼 파고 괴롭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장점들을 맑은 하늘의 구름처럼 아름답게 봐주는 게 아닐까.